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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는 실패는 오로지 내 탓인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노력이 배반당하는 경험 등으로 불안한 이 시대 청년들

우리는 종종 불안감을 경험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므로, 이 감정의 내용이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학생을 비롯한 현재 20대 청춘들은 언제 불안감을 경험할까? 간단히 상상해보자면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었을 때, 학점이나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직전에, 열심히 일해도 필요한 만큼 돈을 모을 수 없을 때, 다정하던 연인이 왜 그리 쌀쌀한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등이 아닐까 싶다.


불안을 경험하는 상황들의 공통점이나 유사점은 무엇일까? 먼저 불안이라는 감정은 미래와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해 불안해한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지, 간절히 바라던 것을 결국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원하지 않는 일이 미래에 일어날까 혹은 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특히 인간은 불확실하고 모호할 때 주로 불안을 경험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사건이 불안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불확실성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은 다른 세대보다 혹은 과거의 청년들보다 더 불안할까? 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검증한 연구들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몇몇 심리학 이론에서 추론해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찍이 마슬로우(Maslow)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면서 인간은 누구나 안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보았다.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은 워낙 강렬하여, 먹고, 자고, 숨 쉬는 등의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강력하다고 하였다. 반면에 이러한 안전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슬로우는 안전의 욕구를 다시 심리적 안전과 신체적 안전 욕구로 나누었다. 확신할 수 없고, 불확실성을 경험할 때 심리적 안전이 침해받으며, 생명과 신체가 위험하다고 지각할 때 신체적 안전이 침해받는다. 이 때 인간은 불안을 경험하고, 심한 경우 신경증을 앓게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마슬로우의 주장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 청년들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다른 세대보다 더 불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공정 혹은 공평이라는 기치 아래 무한경쟁에 내몰려 왔다. 세상은 공평하게 작동하니 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부모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난한 첫 세대라고 칭해지며, 단 한 번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낙오로 귀결될 수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왔다. 즉, 과거 어떤 세대보다 실패나 낙오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교육받았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불확실성과 불안에 노출되어 왔다.


심지어 과학기술과 시민의식의 발전에 힘입어 확고해져 오던 신체적 안전도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 의식주를 걱정하거나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는 등의 신체적 위협은 줄어들었지만, 전쟁, 지진, 산불, 각종 인재, 무차별적 폭력 등에 의한 위험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으며, 대비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 다수의 대학생들이 생명을 잃은 건물화재 등은 직업적 윤리의식이 빈약한 개개인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여기에 무차별적 폭력사건들까지, 최근 우리사회를 위협한 사건들은 개인이 책임질 수 없거나 예방할 수 없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사회 모든 세대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개인의 노력과 책임을 강조하는 교육에 익숙한 현재의 청년들은 자신이 노력하여도 통제하거나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청년들을 불안하게 하는 원인으로 하나 더 덧붙일 것이 있다. 바로 중요한 ‘가치의 붕괴’이다. 가치는 개인이 중요하다고 믿는 신념이므로 자연스레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지적인 가치를 지닌 셈이며, 독서에 탐닉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지적 정보를 얻고자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가치들이 심리학 연구에서 제안되어 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상응성(reciprocity/fairness) 가치이다. 이것은 서로 협동하고 공정하게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정해진 규칙이나 규범대로 행동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어내리라 확신할 수 없다고 하자. 이러한 경우 불안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인해 이 가치가 아예 무너졌다고 생각되면, 분노하게 된다. 몇 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한 사건은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분노감과 공정성 요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상응성 가치가 지켜지지 못한다고 받아들일 만한 사건이 많았다. 취업에 숱한 시간과 젊음을 쏟아 붇는 청년들이 강원랜드나 KT 취업비리 뉴스를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이 과연 공정한 룰로 진행되는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지, 역량과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불안을 경험하지 않을까?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불안을 완화시키는 기법들은 다양하며, 경험적 연구에 의해 효과가 검증되었다. 이완훈련이나 호흡훈련,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을 수정하는 인지치료, 혹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필요한 안정화 기법 등을 들 수 있겠다. 이 방법들은 매뉴얼로 제작되어 접근성이 높으며,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나 유튜브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불안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심리치료를 청년들에게 설명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라는 조언을 이 글을 통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이들이 경험하는 불안에는 그들이 초래하지 않았고, 따라서 책임질 필요가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력을 배반당한 이들에게 그로 인해 겪는 고통을 경감시키도록 개인 차원에서 또 노력하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사회가 청춘들에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공정성 규칙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노력이 배반당하는 경험을 제공한 기성세대와 우리사회부터 달라지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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