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나홀로족’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나만의 안식처에 머물려는 현상을 지칭하는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 있었다. 나홀로족은 경제적 불황기에 합리적인 소비패턴과 라이프 스타일로 재인식되고 있다. 예능대세인 ‘나 혼자 산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아도 나홀로족은 사회적인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다.
나홀로족의 증가로 인간관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육성 게임’과 관련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벽을 마주 보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일을 하는 코피스족(Coffice族·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로 사무실 대신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부지기수다.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식사만큼은’ 혼자 하는 것은 눈치 보이고 불편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서양과 달리 집단이 중요시되는 동양 문화권에서 혼자 있다는 것은 속할 단체가 없거나 있어도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그들의 규모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어 혼자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분위기로 인해 문화도 바뀌어 가는 것이다.
자주 혼자 다니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과 같이 밥을 먹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뭘 먹을지 결정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며, 또한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할 때도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대화를 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서로가 경쟁자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필요에 의한 만남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자발적인 나홀로족은 집단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많은 감정소모와 시간사용보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삶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발적인 나홀로족과 달리 비자발적인 나홀로족이 발생하기도 한다. 타지에서 진학을 하게 된 경우나 복학 후 동기가 없어 혼자가 된다. 또한 치열한 학점관리나 오랜 공시준비(공무원시험준비)로 혼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생 443명 중 약 75%가 스스로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혼자 즐기려고 할까?’라고 했을 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 공동체라는 의식의 약화, 사회 전반적인 신뢰감의 감소와 경쟁적인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며, 취업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스펙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취업준비를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20대는 나홀로족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TV, SNS, 게임을 통해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근황이나 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지내는 것에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휴대폰을 가진 이상 혼자이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이런 대학생의 나홀로족 증가 추세로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는 극도의 외로움과 우울이다. 누군가 대화상대가 있어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이며 정신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자발적 나홀로족이든 비자발적 나홀로족이든 이런 정서적 지지의 결핍이 오래 지속될수록 어떤 매체에 집착, 혹은 중독될 수도 있다. 외로움과 휴대폰 이용시간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들에 의하면, 대학생들이 외로움이 증가할수록 휴대폰에 중독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인 가구가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돼 정신적인 건강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위해서는 관계 속에서 유대감이 유지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즉, 개개인의 삶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는 느슨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
학생상담센터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상담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화남금녀(집단프로그램)’나 ‘대인관계 속 나돌아보기(2학기 워크숍)’ 등이 인기가 많다. 게다가 프로그램이 종결된 이후에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학교생활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서로 주고받는 것을 보면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과 막막한 취업상황 속에서도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하는 용기를 낸다면 얼마든지 ‘나혼자의 삶’과 ‘함께의 삶’을 균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를 위해 학생상담센터에서는 2학기에도 워크숍, 집단상담프로그램,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학생들이 편하게 와서 고민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