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사이 인터넷은 그 기술의 발전 속도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미친 영향 면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고, 이 거침없는 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인터넷 미디어는 기존의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와는 차원이 다른 특성을 가진다. 방송 사업자의 관점에서 볼 때 시장 진입장벽이 낮고, 저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하며, 전 지구촌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 그것도 그들과 즉각적이고 손쉬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편 이용자 측면에서도 시청자가 정보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생산소비자, 즉 프로슈머로 탈바꿈하면서 인터넷은 시청자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오라일리(Tim O’Reilly)가 개방, 공유, 참여로 특징지은 웹2.0이 UCC(이용자 제작 콘텐츠)에서 싹트기 시작했다면 이제 그 싹은 1인 인터넷 방송이라는 나무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있다. 실제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소위 유비쿼터스 환경에 힘입은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1인 인터넷 방송의 공급과 수요의 증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야흐로 방송사와 같은 거대한 조직이 아닌 한 사람의 개인이 방송, 즉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런 인터넷 환경의 변화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MCN, 즉 멀티 채널 네트워크라는 사업 영역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였다. 이들은 한정된 시장 파이를 두고 이용자 쟁탈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1인 인터넷 방송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이용자의 주목을 얻고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표 아래 인터넷방송자(BJ)간 과열 경쟁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선정적이며,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급증으로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콘텐츠 내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BJ들의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예를 들어 최근 부산에 거주하는 30대의 한 여성 BJ가 실시간 방송 도중 투신자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모두를 경악케 하였다. 이에 1인 인터넷 방송이 야기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1인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5년부터 ‘인터넷 방송 사업자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제제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아래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아프리카TV 등 인터넷방송사업자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엠씨엔협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사업자, 학계, 정부대표 들이 참여하는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BJ의 윤리강령과 콘텐츠 제작 기준 등을 포괄하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불법 유해정보 유통방지 및 이용자 보호 방안, 자율규제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목적으로 구성하였으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문제가 된 1인 인터넷 방송의 규제 대상, 즉 책임의 주체를 누구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가 된 1인 인터넷 방송에 대해 대부분 BJ만을 처벌하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들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콘텐츠가 방송된 것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물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1인 인터넷 방송 유료아이템 충전한도액을 1일 100만원으로 제한하는 소위 아이템 결제 상한제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행성과 선정성의 과열과 그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막을 방안으로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많은 반면,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로 인해 국내 사업자만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문제가 유발된 데에 대한 사업자의 공동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바른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게 마땅할 것이다.
또한 사업자에 대한 책무성 강화의 일환으로 사업자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들을 포함하여 사업자의 책무성 등을 명확히 하는 법안 및 규정을 정교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특정 콘텐츠의 유해성 여부를 이용자가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통해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콘텐츠 및 1인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터넷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