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1℃
  • 맑음강릉 4.4℃
  • 맑음서울 1.8℃
  • 구름많음대전 3.7℃
  • 흐림대구 6.9℃
  • 구름많음울산 5.4℃
  • 맑음광주 6.4℃
  • 맑음부산 7.7℃
  • 구름조금고창 6.5℃
  • 구름조금제주 11.5℃
  • 구름조금강화 1.8℃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3.7℃
  • 흐림강진군 8.5℃
  • 구름많음경주시 6.8℃
  • 구름조금거제 6.4℃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대학생 정치적 불신 VS 무관심?

선거 때마다 그렇듯이 5·31 지방선거를 두고 어김없이 이 말이 나온다. “대학생들 정치적 무관심이 심하다.” 심지어 어떤 매체는 대학생들이 온통 월드컵 열기에만 빠져있을 뿐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왜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는가이다. 선거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선거를 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관심에 따른 정치적 반대 행위일 수도 있다.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이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미 의도가 있는 행위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을수록 정치에 대한 기대-불충족의 괴리가 커서 집단적인 무관심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판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투표를 하겠는가. 판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정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단한 정치적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더 주목하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그 원인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는다. 사람의 인지적 한계 때문이기는 하다. 사람에게는 일종의 단순화, 명료화의 본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본능과 한계는 사회적 기제 혹은 장치로 작용하고는 한다. 이는 대학생의 정치 행동을 바라보는 데도 어김없이 작용한다.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으로 개인주의와 대학의 탈정치화를 든다. 대학생들은 이전의 세대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투표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이전의 세대는 개인주의가 없었다는 말일까? 이전 세대에도 개인주의자들은 넘쳐났다. 다만, 독재와 비민주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것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독재 시기 모든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서고 투표를 했단 말인가. 그 시기에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두 번째는 개인주의를 사회적인 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다.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주의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대학생들을 개인주의자-정치적 무관심의 도식으로 묶어버리고 공격한다. 정치적 무관심, 불신과 개인주의는 별개다. 더구나 한 대학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지금의 세대보다 자원봉사를 많이 한 이들은 역사상 없었다.문제는 정치가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가에 있다. 다시 5.31 지방 선거 이야기로 되돌아가자면, 정치판은 새로운 세대들의 고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열린 부산시장 후보 대학생 토론회에서 많은 대학생 관련 정책 공약들이 쏟아졌지만, 실현가능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일이 어제오늘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토론회장은 썰렁하다.


이러한 모습들은 정치적 무관심과는 다른 정치적 불신을 의미한다. 대학생만 묶어서 비판할 일이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학생을 넘어서 모든 세대가 정치적 불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