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학생들을 교육하며 헌신해온 우리학교의 15명 교수들이 오는 2025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학문과 교육에 매진했던 삶을 뒤로하고, 이제는 강단을 떠나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는 이상식, 이종한 교수를 만났다. -엮은이의 말- |
“공자처럼 낯선 곳에서 견문을 넓힐 예정입니다”
학부생과 강사, 교수로서 46년간 우리학교와 연을 맺은 이종한(중국어중국학) 교수는 지난 학생들을 추억하며 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중국 산문 분야 최초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으며, 20여 편의 논문과 각종 정책 연구 보고서, 30여 권의 단행본 등을 집필해 왔다. 또 학생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지도하는 등 후학 발전에 힘썼다.
● 정년 퇴임을 앞두고 계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값진 교수 생활이었지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학교에 재직하면서 학과장, 책임교수, 도서관장 등 여러 보직에 역임했습니다만, 그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계명공원’이라는 놀이터에 놀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맡은 일이 많아 교수로서 학생을 지도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 미련이 남습니다.
●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한문에 조예가 깊은 할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중국 고전 산문과 한문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우리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저를 아껴주시던 여러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 교수님께서는 제가 중국 문학을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대만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 공부 방향을 잡아주셨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학자분들 아래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저도 학생들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누구인가요?
많은 학생들이 떠오릅니다만 그중, 11년도에 입학한 유지혜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시작은 남들 보다 느릴지언정 최선의 노력으로 가장 어려운 수업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 외에도 장학금을 다른 학생들에게 양보하시던 만학도 분들도 기억납니다.
● 퇴임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50대 중반에 14년간 천하를 돌아다닌 공자처럼 저도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우선 미국을 시작으로 파타고니아, 마추픽추, 유럽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10년간의 여정을 담은 견문록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 도서관장으로서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삶의 지혜를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논어’를 추천합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시작은 공자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는 만큼, 공자는 동서양을 막론하는 위대한 교육자입니다. 현대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가치혼란으로 인해 매우 무질서합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이런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해야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을 제공해 줍니다. 비즈니스를 논어와 연관시켜 해석한 책들도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패배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무기란 전공이든 취미든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지식과 식견을 말합니다. 남들과 차별성을 지닌 무기는 공부로만 갈고 닦을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