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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의 연구기관(1) : 국경연구소 - ‘국경과 무국경의 공존’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소

막연한 국경 연구에 새로운 틀 형성


●‘국경연구소’란 어떤 곳인가?
2011년 1월 17일, ‘국경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국가출연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에서 국경에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는 많이 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경계 즉 국경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다루는 연구소는 본교의 국경연구소가 유일하다.

세계화와 함께 국가 간의 경계를 초월한 이주와 탈영토화가 빚어내는 전지구적 역동성은 민족국가를 넘나드는 모든 영역에서 만남과 교류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고 있다. 상품 · 자본 · 사람의 이동, 정보의 상호침투 등은 국경을 둘러싸고 조화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국가의 접촉점인 국경(border)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국경현상이라 하며, 이에 관한 종합적인 어프로치를 국경연구(border studies)라 한다. 물론 국경연구의 핵심은 물리적으로 형성된 국경(영토) 문제이다. 그러나 국경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국경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할 것인가도 국경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 국가 및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화는 국경을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측면에서 국경을 이동시키면서 재생성 혹은 강화하고 있다. 국경연구소는 이러한 현상을 국경과 무국경의 공존으로 정의하고, 그것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 연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국경의 소멸과 개방을 통한 국가정체성의 재규정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경의 소멸만으로 한국이 직면한 국경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여전히 국경 확정(bordering)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통일을 통한 물리적 국경의 변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적 주권의 실효성이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국경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국경연구소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국경’을 ‘실재(實在)적 국경(actual borders)’과 ‘내재(內在)적 국경(embedded borders)’으로 개념화하여, 국경 연구의 새로운 틀을 형성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경연구소는 국경현상은 내재적 국경과 실재적 국경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규정된다고 보고 있다. 국경연구소는 물리적 국경선에 집중되어있는 현재 한국에서의 국경연구의 한계를 극복하여, 국경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한국사회가 경험하는 사회·문화적 변동을 국경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왜, 국경 연구가 필요한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옛날에는 ‘우리 집’이라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보니 아예 담장을 헐게 되었다. 그랬더니 온갖 사람들이 ‘우리 집’에 들어온다. 어떤 이는 거실까지 기웃거리고, 어떤 이는 마당을 마구 더럽히며, 아예 제 집인양 텐트까지 치는 이도 있다. 언젠가부터는 시끌시끌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담장을 다시 쌓고 대문을 만들어야 할까. 그러나 ‘담장’은 이미 허물어지고 대문은 열린 상태다. ‘우리 집’을 어떻게 지켜가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국경연구소는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는 곳이다.

오늘날 세계는 정보, 기계, 통신 등의 발달로 ‘세계화’, ‘국제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경이 소멸되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급증한 이주 노동자와 이주 여성들, 그리고 그들이 이룬 다문화 가정은 국가 및 민족 간 경계를 완화시키면서 다민족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동시에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의 유입은 가족을 비롯하여 한국사회 내부에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출신 국가를 배경으로 하여 가족 간에 문화적, 심리적 갈등을 초래하면서 새로운 경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주 노동자의 유입은 사회적 긴장을 형성하면서 우리사회 내부에 새로운 국경을 만들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간도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주변국과 첨예한 국경 논쟁 속에 있으며, 이로 인해 자민족 중심의 폐쇄적인 국경의식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경의식의 변화는 국가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다양한 국경 현상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종래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국경 연구소,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국경연구소는 2010년에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사회기반연구사업(Social Science Korea, SSK)에 선정되면서 설립되었다. 과제명은 ‘국경 현상을 통해 본 한국사회: 내재적(內在的) 국경과 실재적(實在的) 국경의 통합적 연구’이며, 3년간의 1단계사업을 작년 8월말에 끝내고, 현재는 ‘국제사회의 분화와 통합: 한국형 국제협력 모형구축’이라는 과제로 3년간의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 국경연구소는 작년부터 경상북도의 보조를 받아 한일간 독도 영유권 문제의 가장 핵심 사료인 일본 ‘태정관지령’의 역주(譯註)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을 위해 이성환 소장과 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의 송휘영 박사, 계명문화대학의 오카다 다카시 교수를 중심으로 매주 정기 콜로키엄이 실시되고 있다.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는 역주 작업이 끝나면 자료집을 발간, 공개할 예정으로 있다. 독도연구에 일정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2011-2012년에는 일본 시마네현립대학과 독도문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해, 독도연구에 대한 한일 간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경연구소는 설립 이후 유럽의 국경문제, 중국과 북한의 국경문제, 열린 국경·닫힌 경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문제, 문화와 국경 등을 주제로 세미나와 국제학술회의를 가졌다.

특히 국경연구소는 2011년 5월에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제주도를 제외한 성인 남녀 1천19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국경인식’에 대한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국경현상을 둘러싼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을 종합적으로 탐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한국 사람들의 국경 의식은 유연해지고 있으며, 단일민족에 대한 신화의식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는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약하게 관찰되었다. 또 독도문제에 대한 태도에서도 일반의 예상보다는 다소 유연하게 사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간도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해는 ‘한국인의 국경인식’에 대한 2단계 추적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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