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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강국’으로의 지름길

글로벌 전쟁에서의 강력한 무기

지난 5일, 전 세계인들은 슬픔에 잠겼다. 미국 애플사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 때문이다. 그의 죽음에 세계인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 명의 기업 총수에게 보내기에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바로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이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남들과는 다른 생각은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충분했다.

20세기 노동과 자본이 성장의 원천이었던 산업사회는 잡스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 의해 종말을 맞이했다. 그들은 인간의 두뇌 활동에서 창출되는 지식재산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으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며 아이팟이나 윈도우즈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며 마침내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이처럼 양질의 원천기술, 즉 특허로 대변되는 기술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를 우리는 지식재산기 반 사회라 일컫는다. 잡스나 빌 게이츠는 오늘날 지식재산 기반 사회의 선구자인 셈이다.

▶ 지식재산 기반 사회로의 전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제도의 정비 유무가 지식재산 기반 사회에서 국가의 ‘성장’ 혹은 ‘퇴보’를 결정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선진국들이 앞 다퉈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이유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우리나라가 이웃나라 일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바로 특허법원의 설립이다. 첨단 과학 기술의 선봉이라 자부하던 자신들도 미처 설치하지 못한 특허법원을 후발 주자로만 여겼던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치한 것이다.

한국의 특허법원에 자극을 받은 일본은 4년 뒤인 2002년,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고 이듬해 ‘지적재산기본법’을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특허법원 격인 ‘지적재산권고등재판소’와 ‘지적재산지방재판소’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에야 만들어졌다. 한국보다는 7년이나 늦은 셈이다.

특허법원 설립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과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산업은 말 그대로 ‘전세역전’의 형국이다. 일본보다 7년이나 앞서 특허법원을 설립했지만 정책운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은 오히려 6년이나 뒤쳐졌다. 게다가 우리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그 격차를 더욱 벌려나갔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백악관에 ‘지식재산정책조정관’을 임명해 국가 지식재산정책의 중심축을 마련했고 중국 역시 같은 해 ‘국가지식재산권전략강요’를 발표하며 지식재산을 2020년까지의 국가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 규모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는 특허출원에서도 중국에게 추월당하며 특허출원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라는 자존심도 구겼다.
그나마 다행으로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지식재산포럼(www.ipforum.or.kr)이 주도하여 입법운동을 전개한 결과, 지난 7월20일 지식재산기본법이 본격 시행됐다. 국내 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구성을 마치고 구체적인 정책 수립 작업에 들어갔다. 비록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역사에 새로운 발전 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법안임에 틀림없다.

▶ 지식재산의 창출/활용/보호
지식재산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지식재산의 창출과 보호 및 활용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지식재산의 창출이란 MS의 윈도우즈나 퀄컴사의 코드분활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등 특허로 대변되는 양질의 원천기술의 생산을 말한다. 지식재산기본법에서는 강한 특허, 돈 되는 특허를 창출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및 각종 지원 제도 마련 근거를 두고 있다.
지식재산의 보호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어 창출해낸 지식재산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도록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등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지식재산의 과도한 보호는 지식재산 활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방만한 보호는 지식재산의 무분별한 도용으로 인한 양질의 지식재산 창출에 대한 동기를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식재산의 적절한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재산의 활용이란 특허권 이전(매각/양도), 라이선싱, 사업화 등 지식재산을 활용한 이윤 창출을 의미한다. IBM 등 지식재산에 강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A급 이상의 특허는 자사에서 사업화를 진행하며 그 이하의 특허 등은 이전이나 라이선싱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은 따로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양질의 지식재산 창출, 적절한 지식재산의 보호, 적극적인 지식재산의 활용, 다시 양질의 지식재산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 목적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 전문성과 신속성을 통한 지식재산의 보호
이번 지식재산기본법은 지식재산의 창출과 활용 그리고 보호에 관한 내용을 두루 포함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식재산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이미 우리보다 앞서 지식재산우선화법(PRO-IP)을 제정하여 자국의 지식산업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했다.

삼성 vs 애플간 특허분쟁처럼 초일류 기업들의 특허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지식재산은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의 역할을 하며, 그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지식산업을 보호?지원하기 위해 지식재산 관련 사법제도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CAFC(연방항소법원)에서 2심의 특허침해소송을 관할하는 등 특허소송의 관할을 집중하여 법원의 전문성 및 판결의 신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특허 소송을 관할집중(1심:동경/오사카, 2심:동경)하여 전문성 및 신속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특허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어 그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특허무효여부에 관한 소송체계는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및 대법원으로, 특허침해소송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판결의 통일성 및 소송 기간의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저귀 특허침해소송에서 11년 7개월이나 소요된 사례가 있다. 또한 변리사법에 명문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 참여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재산강국의 첫 걸음, 특허사법제도의 선진화
지식재산기본법의 근간은 특허사법제도의 선진화에 있다. 특허분쟁의 핵심은 기술이며, 해당 전문기술을 이해하고 그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변호사만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이며, 특허 분쟁의 기간 지연은 해당 기업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허전쟁 시대에서 우리의 오랜 열망인 ‘지식재산강국’으로의 진입은 지식산업에 달려있다. 지식재산 관련 사법제도의 선진화는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강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는 특허소송의 관할집중과 변리사의 특허소송참여를 통한 지식재산 관련 사법제도의 전문성 및 신속성 강화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특허사법제도의 선진화에 21세기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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