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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꿈의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시스템이 변화시킬 우리의 미래

 

서울역에 도착해 곧바로 탑승동에 입장한다. 하이퍼루프 서울역은 UFO처럼 둥글고, 가운데가 빈 도너츠 형상이다. 탑승동에 들어서면, 바닥이 천천히 회전하는 원반형 플랫폼이 여러 개 놓여있고, 플랫폼마다 3개의 객차캡슐이 위치하고 있다. 2B 좌석을 찾아 앉고 가방은 좌석 아래 바스켓에 넣어둔다. 잠시 후 문이 닫히고 짧은 안내방송이 나오는 동안 내가 타고 있는 객차캡슐-원형플랫폼이 서서히 위층으로 올라간다. 출발층에 올라온 원형플랫폼은 부산행 진공튜브방향으로 회전한다. 출발알림과 함께 5-4-3-2-1 카운트다운! “뻥” 소리가 귀 뒤로 들리는 순간, 객차캡슐은 앞으로 튀어나간다. 아주 잠깐 몸이 등받이에 밀리는 느낌 후, 모든 상태가 평온해졌다. 나는 스마트수첩을 펴 온라인 메시지를 몇 개를 확인한다. 객실내부 입체스크린으로 나타나는 휴식영상에 편안함을 느끼는 어느새 도착 알림 방송이 나온다. 15분만에 나는 부산역에 도착했다.


빠르면 10년 후 일상이다. 부산과 서울은 논스톱 하이퍼루프로 15분 거리가 된다. 해운대 집-서울 삼성동직장을 오가는 진짜 1일생활권. 하이퍼루프는 무엇일까? 하이퍼루프는 기차도, 비행기도, 자동차도 아니다. 하지만 시작-종착점이 연결된 터널을 오가는 점에서 기차와 닮았고, 시속 1200km급 스피드는 비행기다. 또 기차처럼 객차끼리 연결되지 않고, 캡슐 한 개가 이동하는 것은 자동차다. 플랫폼으로 승하차하고, 대규모 터미널을 운용하는 것은 대중교통수단의 한 갈래로 인식된다.


하이퍼루프의 개념은 20세기초 탄환열차 이론의 현대적 버젼이라고 볼 수 있다. 진공상태에 가까운 터널 속에서 자기부상(또는 압축공기 분사)방식으로 공중에 뜬 동체가 터빈이나 자기장을 이용한 추진력으로 시속 약 1200km로 전진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진공 터널의 시공-관리가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구체화되지 못했으나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진공터널의 건설과 유지, 차량 부상-제어, 초고속 무선통신, 운영시스템 등이 개발되어 구체화 단계에 왔다. 벌써 미국에서는 한 민간기업이 선로를 건설중이고, 시험구간에서 운행도 성공했다. 관련 학회, 컨소시엄 구성 등 유럽도 발빠르다. 우리도 울산과학기술원, 건설기술연구원, 교통연구원,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존 KTX 고속철 시스템의 다음 버전으로 고려할 만큼 하이퍼루프는 핫 이슈가 되었다. 무엇보다 초고속 대량운송수단이라는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에서 늘 후발그룹인 우리나라를 하이퍼루프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라는 의미가 크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조선, 철도, 항공, 우주산업까지 단 한번도 운송수단을 리드해보지 못한 우리나라가 하이퍼루프 개발과 원천기술선점을 통해 신 모빌리티의 세계장악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루프 시스템은 크게 기술과 건설, 시스템 운용분야로 나누어진다. 먼저 기술분야는 다시 차체와 자기부상, 추진과 튜브로 구성되어있다. 차체는 시속 1200km급유체역학구조와 탑승객을 보호하는 패키지를 갖추며, 기동, 공조, 조명, 에너지, 통신, 승하차, 정비-운용을 포함한다. 자기부상은 차체가 진공튜브내에서 차량을 부양시키는 기술이다. 운송수단의 속도는 지면과 구동체 사이의 관계에 달렸다. 덜컹, 덜컹 소리가 나는 일반기차(지하철 포함)는 선로가 일정간격으로 끊어져있어 최고속 200km를 넘지 못한다. 선로가 연결된 KTX는 시속 최고속 350km가 한계다. 350km부터 구동바퀴가  헛돌기 때문이다. 이런 물리적 접촉에 의한 최고속 한계는 자기부상을 통해 600km로 상향되었다. 아예 선로와 물리적 접촉을 없앴기 때문다. 그런 자기부상열차도 공기저항으로 시속600km이 한계다. 결국 공기저항마저 없애는 실험으로, 진공튜브속 자기부상차체로 시속 600km를 넘어 1000km를 돌파하게 되었다. 자기부상기술은 자기장 반발과 유도전류 원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미국의 일부 민간기업은 압축공기를 분사하여 차량을 공중부양시키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추진기술은 차체를 전진시키는 것으로, 자기유도방식이나 터빈을 이용한다. 튜브기술은 아진공상태를 유지하도록 구조와 원리, 재료 등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건설분야는 튜브와 역사로 나누어진다. 먼저 튜브건설은 국토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토목공사로, 도로나 철도처럼 교통기반시설조성사업이다. 진공유지 구조와 정밀도 획득은 건설기술의 고도화를 요구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역사 또한 단순한 터미널 건축 수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화를 요구한다. 30초 단위로 출도착하는 객차캡슐을 수용하고 승객들의 편한 승하차를 가능하게 만드는 입체적 구동 플랫폼, 아진공상태의 튜브 종단면 등으로 구성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운용분야는 통신, 튜브운용, 플랫폼운용으로 나눌 수 있다. 통신은 고속에서 차체-중앙관제 사이의 교신, 승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통신을 다룬다. 시속 1200km급 초고속이동체에서의 통신은 단순 기지국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튜브운용은 진공을 유지하는 시스템운용이며, 사고에 대응하는 비상운용체제도 포함한다. 플랫폼 운용은 30초단위 출도착을 컨트롤하는 영역이다.


또 각 영역마다 차체캡슐의 효율성과 거주성, 편의성을 추출하는 외장디자인과 공간-인테리어디자인, 사용자경험디자인, 서비스시스템디자인, 역사디자인, 정보디자인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되고 연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경영 관점에서 하이퍼루프는 최대 20명 내외 단일객차캡슐이 사용되므로, 약 30초 단위의 짧은 주기로 연속 출도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성해야 경제성이 확보되고, 튜브건설 구간에 대한 민간토지보상이슈와 최고속 구간 최대확보를 위한 직선경로 위주의 튜브설계, 중간 정차역이 없거나 최소화된 역사배치도 간과할 수 없는 특성이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기술이 개발-적용되는 하이퍼루프는 우리산업기술 전체를 고도화시키는 순작용도 이끌어낸다. 아울러 KTX와 달리 중간 정차역이 없거나 최소화될 것이므로, 경부선의 경우 서울과 부산 중심의 거대도시 교통망고도화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동할 경우 지금은 약 2시간 10분 걸리는 해당 구간 KTX를 이용하지만, 하이퍼루프는 서울에서 15분만에 부산에 도착 후 연계교통편을 이용하여 울산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 부산 등 거대도시를 중심으로 경제, 거주, 행정 등의 인프라가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수백만년 동안 인류가 처음으로 두 발이 아닌 수레를 사용 것은 겨우 몇 천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백여년 전 자동차가 등장하고 수십년 만에 하늘을 날아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니 말이다. 얼마되지 않아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니게 될 오늘이다. “Little thing makes big change.” 작은 어떤 것이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가? 아마도 하이퍼루프는 그 반대의 케이스일지도 모르겠다. 이동에 관한 엄청나게 큰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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