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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주사’ 프로포폴 남용,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 배경과 의미에 대하여

지난 2009년 세계적인 팝 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자택에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불면증으로 인해 평소에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Propofol)을 투약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우유’라고 불렀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남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아마도 물에 잘 녹지 않아 유탁액으로 제조되는 주사제인 프로포폴 특유의 우윳빛 색깔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사망 당일에도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인 콘래드 머레이가 마이클 잭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였기 때문에 이 사망 사건에 관해 주치의의 프로포폴 투여에 문제가 있었는지에 관해 부검과 수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프로포폴은 전신마취의 유도 및 유지를 위해 정맥으로 주사하는 마취제로서 화학명은 2,6-디이소프로필페놀(2,6-diisopropylphenol)이다. 이 화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포폴은 대부분 화학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페놀(phenol)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2,6-디이소프로필페놀은 1956년 화학자들에 의해 페놀로부터 처음으로 합성되었다. 하지만, 그 합성과정에서 수율이 우수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유익한 용도가 없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화학물질이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말 영국의 ICI(Imperial Chemical Industries) 제약팀에서 페놀이 마취제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내었다. 하지만 마취효과를 나타내는 용량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용량 사이에 차이가 매우 적어 임상에 사용되기에는 위험하였기 때문에 페놀을 기본 구조로 하는 기존의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을 검색하고 또한 새로운 페놀류를 합성해 가면서 새로운 마취제를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그 중 한 화학제품 회사에서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던 2,6-디이소프로필페놀을 실험동물에 투여하였더니 약 10초 후 빠르게 마취효과가 나타나고 그 투여량도 치사량과는 큰 차이를 보여 효과가 빠르고 안전한 마취제로서의 개발을 시도하게 되었다. 1977년 처음으로 임상에서 환자에게 2,6-디이소프로필페놀 투여한 결과 40-70 mg의 투여량으로 30초 내에 마취효과를 나타내었으며, 이는 3-4분간 지속되었다. 이러한 2,6-디이소프로필페놀의 가장 큰 장점은 마취로부터의 회복이 굉장히 빠르고 기존의 다른 마취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쓸모없다고 여겨지던 2,6-디이소프로필페놀은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1980년대 중반부터 디프리반(Diprivan) 또는 프로포폴이라는 상품명으로 임상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1)

프로포폴은 다른 마취제에 비해 간단하게 정맥주사함으로써 빠르게 마취를 일으킬 수 있고 잔류 효과(residual effect)가 거의 없어 국내에서도 1992년 그 사용이 허가되어 일선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이나 간단한 수술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주로 신경계에 존재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가 결합하는 수용체인 GABAA 수용체에 직접 결합하여 진정, 최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투약 후 체내에서 빠르게 대사되어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에도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고용량으로 투여 시 심각한 대사산증과 심부전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는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Propofol infusion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마취과 수련의에 의해서 인공호흡, 심혈관계 소생술의 실시가 가능한 시설에서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3)

마이클 잭슨 사망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프로포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국내에서도 프로포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여 왔으며 많은 경우 병원에서 처치 시 환자에게서 발생한 의료사고였으나 일부 사고사의 경우 의료기관 종사자인 경우들이 많았다.4) 이는 일반인들에 비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과 투여 기술을 갖추고 있어 부적절한 목적과 방법으로 자가투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음성적으로 빈번히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프로포폴의 작용이 빠르고 짧다는 의약품으로서의 장점이 오히려 복용 사실을 쉽게 숨길 수 있다는 점으로도 작용이 가능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프로포폴의 오남용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일부 병원에서 프로포폴이 과다 처방되거나 일부 제약회사에서 과도하게 유통시킨 정황들이 나타나면서 프로포폴의 관리 및 사용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특히 만성적인 수면 장애를 지닌 일부 의료진이나 연예인들이 불면증 치료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속칭 ‘우유주사’라는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부적절하게 남용하고 있음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2011년 2월 세계에서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하여 관리하게 되었다.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과학원에서는 프로포폴이 신체적 의존성은 없으나 정신적 의존성의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2009년 국내에서의 남용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의약품인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프로포폴이 작용하는 GABA 수용체는 프로포폴 뿐만 아니라 알콜이나 이미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는 수면제인 발비투레이트류(Barbiturates), 벤조디아제핀류(Benzodiazepines)도 같이 작용하는 수용체로서 이는 프로포폴이 단순히 의약품이 아닌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의 약물(recreational drug)로서 남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프로포폴의 의존성은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연구진에 의해서도 증명된 바가 있으며, 마약인 아편류(opiates), 암페타민류(amphetamines), 코카인(cocaine)과 유사한 경로로 약물 중독의 가능성도 있음이 보고되었다.5) 이에 따라 미국 마약청 (U.S.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서도 프로포폴을 마약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남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과 그들이 불법 마약을 투약하였다는 점만이 언론에서 크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마약류 남용과 중독으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손실을 고려한다면, 이보다는 다른 마취제에 비해 매우 우수한 의약품인 프로포폴의 올바른 사용과 프로포폴의 남용이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내용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의약품이 부적절하게 남용되는 것은 본고 프로포폴의 예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의약품이 의료기관 내에 반입되고 환자에게 적절한 용량이 사용된 후 남은 양에 대한 폐기까지 의약품 사용의 전과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의약품이 마약류로 지정이 되면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도 그 이전과 달리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마약류의 사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행정 처리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시급한 환자인 경우에도 투약이 늦어질 수도 있으며 치료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우수한 의약품임에도 그 사용을 꺼리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적절한 목적으로 남용되는 의약품을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 이전에 의료기관에서의 의약품 관리 및 사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관련 당국의 체계적인 감독이 선행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최근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는 의약품안심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와 같은 국가적인 차원의 의약품 사용에 대한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의약품 사용에 있어서의 안전 확보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의약품안심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 환자가 여러 의사에게 진료 받을 경우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알지 못하고 처방·조제하여 환자가 약물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 있어 의약품 처방·조제 시 병용금기 등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구축한 의약품정보시스템을 말함.

1)Phenols in medicine, http://www.rsc.org/Education/EiC/issues/2007Jan/PhenolsMedicine.asp
2) The experimental and clinical pharmacology of propofol, an anesthetic agent with neuroprotective properties. Kotani Y, Shimazawa M, Yoshimura S, Iwama T, Hara H. CNS Neurosci Ther. 2008 Summer;14(2):95-106.
3) http://www.druginfo.co.kr
4) 프로포폴과 관련된 사망에 대한 법의학적 고찰.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보. 2011 제43호 35-42.
5) The abuse potential of propofol. Wilson C, Canning P, Caravati EM. Clin Toxicol (Phila). 2010 Mar;48(3):1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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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