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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 한국의 족보 연구 현황과 과제

족보는 인물의 생애와 가족관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가계기록

족보는 인물의 생애와 가족관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가계기록이다. 족보의 자료적 이용은 자료적 신빙성과 정보 처리 방식의 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었으나, 학계의 연구 성과 축적으로 인해 점차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족보의 개념에 대해서는 친족공동체의 집단적 가계기록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또한 족보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족보 이전 단계의 가계기록과 구별하고, 계보 형식에 따라 유형화하는 연구가 많았다. 족보 편찬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족보 연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족보의 판본과 책판의 소장 현황, 족보 서문의 작성 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이루어졌고, 조선전기에 족보가 출현하여 17세기 이후 족보의 편집방식이 크게 변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족보의 편집 방식 변화는 친족 관념이나 관습의 변화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서 조선시대 친족에 관한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 결과 족보는 가족 형태, 양자 입양, 부계 친족집단으로 성장한 가문과 문중의 활동, 세거지와 장지의 형성 등에 대한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되었고, 이 경우 호적과 밀접한 연관 하에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족보의 연구는 족보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 족보를 다른 연구 분야의 기초자료로 활용한 연구가 많았다. 이러한 연구는 족보의 주도계층인 양반에 초점을 맞춘 신분사 또는 사회사 연구에 집중되었으나, 중인이나 서얼의 족보 입록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진 바 있다. 또한 위조 족보의 간행이나 別譜의 작성 등을 중심으로 하위 신분층의 족보 입록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人口史 연구의 기초자료로 족보를 활용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일반적인 성씨별 족보와는 작성목적과 편집방식이 판이한 특수 족보에 대한 연구도 다수 이루어졌는데, 왕실 족보나 전문직 중인 및 특정 과거합격자의 가계를 정리한 특수계층의 족보가 그것이다. 끝으로 외국 족보와의 비교사적 연구는 중국의 보첩 문화가 끼친 영향과 한국 족보 고유의 특색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향후 족보 연구는 족보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족보에 나타난 개인이나 가족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 주제가 각광을 받고 있고, 족보의 자료적 성격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료의 활용 가능성이 넓어지고 있다.

족보는 과거에 생존했던 수많은 인원의 인적사항과 가족관계가 집적되어 있는 방대한 기록으로서 ‘인물 및 계보 연구의 寶庫’라고 할 만하다. 족보가 담고 있는 방대한 정보는, 효과적인 방법론과 자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어 많은 사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족보는 인물 및 계보 연구를 비롯하여 가족제도, 사회신분사, 지역문화 연구 등 다양한 연구 영역에 걸쳐 중요한 기초 자료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족보의 자료적 이해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점이 있었고, 이는 족보의 자료적 활용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었다. 첫째로 족보 자체가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일개인이나 가문의 사문서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족보의 활용과 천착은 특정 성씨나 가문의 영광을 宣揚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몇몇 顯祖를 제외하고는 개인별 정보가 일정한 도식에 따라 매우 한정되어 있어서, 여타의 사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는 특정한 인물이나 사안에 관한 정보를 서식에 따라 단편적으로만 제공해 주는 고문서에 가까운 자료적 특성이 있다.

셋째로는 자료의 공신력 문제인데, 족보의 기록 중에는 기록의 조작이나 윤색, 또는 자손이 아닌 자의 모록이 개입되어 사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위험성이 지적되어 왔다. 이 때문에 엄격한 사료 비판이 요망되는 자료로 인식되었고 다른 자료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조건에서 족보만을 유일한 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시되었다.

이상과 같은 자료적 한계 때문에 족보에 대한 관심은 연구자보다는 일반인들이 자기 가문의 내력을 알고 빛내기 위한 ‘뿌리찾기’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족보의 열람과 활용은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유지나 門中史 연구와 같은 譜學的 관심을 충족시키는 데 집중된 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족보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 개설한 서적은 전문 학자가 아닌 저자들이 대중교양서로서 정리한 것들이 많다.

연구자들에게도 족보는 그 자체가 탐구의 대상인 연구주제라기보다는 다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도구적 자료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족보의 학술적 활용은 역사학?고전문학?사회학?인류학?민속학 등의 분야에서 인물의 기본 이력이나 가족사항을 파악하거나, 혈연 및 가계의 연속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족보 자체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족보 자료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진 것은 다시 족보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첫째로 족보가 단순히 한 가문의 가계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상을 폭넓게 조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둘째로 족보에 수록된 단편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가공하여 새로운 사실이나 현상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방법론이 발달하였다. 셋째로 족보 자료의 편집 과정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믿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족보라는 기록물의 특성과 역사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연구 영역도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기왕의 연구 성과에서 밝혀진 사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다루지 못한 한계점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향후 족보 연구의 발전과 활용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족보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종합하여 족보의 개념, 역사적 출현과 전개, 기록 형식, 사료적 가치 등을 정리한 개설적 논저가 이미 다수 나와 있다. 족보에 대한 기왕의 연구 경향을 주제에 따라 개관해보고, 앞으로의 연구 과제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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