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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신화와 그 주인공들의 의미

고분벽화로 전통신앙과 그 대상들 읽어낼 수 있어

고구려인에게 해와 달은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천체였다. 건국시조 주몽은 ‘해와 달의 아들이며, 하백의 외손’으로 칭하는 존재였다. 고분벽화 속의 해와 달은, 해와 달의 아들이 세운 나라에서 사는 고구려인의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고분벽화에서 해는 원륜 안에 세발까마귀가 들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달은 원륜 안에 두꺼비, 옥토끼, 계수나무가 홀로 혹은 두 가지 이상 조합돼 묘사됐다. 무덤칸 천장부에 그려지는 해와 달은 동·서를 나타내는 방위표지이다.

고구려인은 별자리에 대한 각별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해와 달, 여러 가지 별자리들로 장식된 벽화고분 무덤칸의 천장부가 이런 사실을 잘 알려준다. 무덤칸 천장부에 가장 즐겨 그려진 별자리는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이다.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은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는 별자리이다. 장천1호분에는 널방 천정에 해와 달, 북두칠성을 나타냈는데, 별자리 옆에 붉은 글씨로 ‘북두칠청’이라고 명칭을 따로 했다. 모두 북두칠성에 대한 고구려인의 깊은 신앙을 읽게 하는 표현이다.

6세기 벽화고분인 오회분5호묘와 오회분4호묘 벽화에는 각기 해와 달을 머리 위로 받쳐 든 해신과 달신이 그려졌다. 이 해신과 달신은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용인 복희, 여와형이다. 이런 형상의 관념적 바탕에는 고구려의 전통적 해신과 달신 신앙이 있다. 고구려의 건국시조 주몽의 아버지는 해신인 해모수요 어머니 유화는 달신이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구려에는 여러 문명신에 대한 신앙도 있어 이들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도 널리 퍼져 있었던 듯하다. 국내성이 있던 중국 길림성 집안지역 6세기 사신계 고분벽화에는 여러 문명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농업신인 신농, 불의 신인 수신, 쇠를 단련하는 야철신, 수레바퀴를 만드는 제륜신, 숫돌을 가는 마석신은 고구려 문명신 신앙을 직접 보여주는 존재라고 하겠다. 고분벽화에는 눈이 크고 코가 우뚝한 얼굴을 지닌 심목고비의 역사(力士)들이 등장한다. 장천1호분 앞방 천장고임은 비천과 연꽃봉오리 등으로 장식됐는데, 천장고임 네 모서리 삼각석 측면에는 그 위층을 힘껏 떠받치는 자세의 역사들이 그려졌다. 크고 둥근 눈, 숱이 많은 머리털 등을 지닌 역사들은 윗몸은 벗었고 아래에는 짧은 잠방이만 걸쳤다. 삼실총 벽화에는 이러한 역사들이 널방의 각 벽면에 하나씩 등장한다. 이들은 ‘땅과 하늘의 세계를 떠받치는 역사’이다. 우주역사는 동서의 고대문명권에서 보편적으로 확인되는 신화적 존재이다.

고구려인의 신선신앙은 고분벽화로 내용을 짚어낼 수 있다. 고분벽화에서 신선은 별들과 함께 무덤칸의 천장고임에 그려진다.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신성한 새나 짐승을 타고 하늘을 나는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선가의 문헌에서 신선들은 ‘천의’라 불리는 인간세계와는 다른 형태의 옷을 걸친다. 귀가 당나귀처럼 길다든가 하여 일반인과 구별되는 신체적 특징도 지니고 있으며, 이런 모습이 무용총 벽화에 등장한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통칭하는 사신은 네 방향, 사계절, 28별자리와 관련된 상상 속 존재이다. 고구려에서 사신은 하늘세계로 여겨지는 무덤칸 천장의 여러 제재 가운데 하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중심 제재이자 주제가 된다.

청룡은 황도상의 동방 7별자리를 대표하는 영물이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초기 청룡은 ‘뿔은 사슴, 머리는 낙타’ 등 9가지 동물이 억지로 합성된 어색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6세기 고분벽화에서 청룡은 상상적 동물 특유의 신비적 사실성을 갖추게 된다. 5세기 중엽 이후 그려지는 청룡과 백호의 목뒤나 엉치 근처엔 불꽃과 유사한 표현이 덧붙여진다. 이는 ‘척목’이라 불리는 것으로 본래는 용의 승천에 필요한 매개물로 여겨진 것이다.

백호는 자연계에 실재하는 호랑이를 영물시하면서 등장한 신수로 황도상의 서방 7별자리를 대표한다. 고분벽화에서 백호는 초기에는 머리와 세부는 호랑이와 같으나 몸체는 파충류와 같이 그려진다. 그러나 6세기 사신계 고분벽화에서는 위아래로 뻗은 희고 날카로운 송곳니, 앞으로 내밀어 쳐들어 올린 앞발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신수 특유의 사실성을 지니게 된다.

주작은 황도상의 남방 7별자리를 상징한다. 대부분 암수 한 쌍이 함께 그려진다. 주작은 신조인 봉황에 그 형상과 관념의 기원을 둔 신수로 무덤의 입구를 지키는 존재이다. 고분벽화에서 초기 주작은 봉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세부표현이 조화를 이룬다. 강서대묘벽화에서는 주작 특유의 신비로운 형상을 완비하게 된다. 고분벽화의 주작 중엔 부리에 ‘사당’이라는 붉은 열매를 물고 있는 것이 있다. 본래는 깃털조차 빠뜨린다는 곤륜산 둘레 약수를 건널 때, 봉황이 부리에 물었다는 신비의 과일이다.

현무는 황도상의 북방 7별자리를 상징하며, 뱀이 거북을 감은 형상으로 그려진다. 현무의 표현에서 뱀은 양을 나타내는 존재이며, 거북은 음을 나타내는 존재이다. 평양지역 고분벽화에서 초기의 현무는 무덤주인부부 곁에 표현된다. 이것은 현무가 무덤주인부부의 수호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무 역시 사신에 속하는 다른 신수처럼 초기에는 어색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지나, 후기의 사신계 고분벽화에서는 세부표현이 잘 조화된 신비로운 존재로 재탄생한다. 절정에 이른 사신신앙과 그 표현의 사례로는 강서대묘 벽화의 현무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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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