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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의 피해, 구제 제도 VS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언론중재위원회의 개정 시안에 따르면 온라인 기사, 카페와 블로그의 복제기사, 댓글의 삭제를 가능케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피키캐스트와 페이스북 등 신생 뉴스미디어 또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유사뉴스서비스’도 중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존 언론중재법은 언론중재위원회로 하여금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가 있을 경우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 등의 방식으로 피해 구제를 조정하거나 중재하도록 해왔다. 개정안은 ‘침해 배제 청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 내용에 ‘기사 삭제’까지 포함시켰다. 그동안 사법부에서 ‘기사 삭제’를 판결한 사례는 있지만, 행정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중재위가 스스로 ‘기사 삭제’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영향을 받는 것은 인터넷신문(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포털), 이를 이용하며 댓글 등을 작성할 수 있는 일반 시민 등이다. 인격권 침해 피해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해당 언론 보도와 동일한 내용을 담은 펌글 등 연관된 인터넷 게시물들에 대해서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기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언론 피해 구제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본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댓글, 펌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구제하자는 취지이다. 정보 통신망 상에서 언론 보도로 인해 자신의 인격권이 위법하게 침해받고 있는 자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하여 그 침해의 중지 등을 청구할 수 있게 하였다. 보도 내용이 ① 허위이고 피해자의 인격권 등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 ②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함이 명백한 경우, ③ 피해자의 인격권 그 밖의 권리를 계속적으로 중대하게 침해하여 이를 방치하면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는 웹사이트 게시 중단, 기사의 수정 및 보완, DB 기사 삭제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본 개정안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인격권 보호는 이미 다양한 법령에 의해 가능한데, 간편한 구제 절차인 언론중재제도에서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기사 삭제권’까지 넣어도 되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기사를 퍼나른 개인들에게 언론 기관에 해당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이미 인터넷 게시글 전반에 대해 조정 구실을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것 아닌 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는 게시글이 어떠한 취지로 작성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사이트 관리자가 피신청인이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은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를 신속하고 간이하게, 원스톱으로 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현행법에서 언론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댓글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각각 피해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와 같은 개정안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용규제 기관이지 중재를 통한 피해 구제 기관이 아니다. 위법한 펌글, 댓글에 대해 포털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포털사, 정보통신사업자 등의 부담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사 댓글 등은 언론 보도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기사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댓글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는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개정안은 디지털 뉴스 생태계의 역동적인 변화까지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하고 시의 적절한 조치이다. 그렇지만, 권리 침해의 ‘계속성’과 ‘중대성’의 판단 과정에서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판단을 위해 그 기준과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서술할 필요가 있다. 방법론적인 면에서 현실적으로 피해 구제에 가장 적합하고 사업자 및 언론사 등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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