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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의료기술, 먹는 대신 이식하는 전자약

화학적 작용 대신 전기신호 이용해 부작용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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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약이라는 말이 등장하였다. 먹는 대신 이식한다? 가능할까? 전자약은 인체에 이식한 전자장비가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인체는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할 때 신경이 장기에 신경신호, 즉 전기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병에 걸리게 되면 전기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전자약은 이를 바로잡아 치료 효과를 낸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서 효능을 입증했으며, 천식, 비만, 당뇨에 이어 암으로까지 치료 대상을 넓히고 있다.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인체에 이식하는 치료용 전자 장치로 전자공학(electronics)과 약(pharmaceutical)의 영어 합성어이다. 넓은 의미에서 심장박동기, 인공고막 등의 전통적인 의료용 이식 장치도 들어가지만, 최근에는 특히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질병을 치료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전자약을 개발하는 연구 분야를 생체전자공학(bioelectronics)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가 2013년에 처음 사용하였다. 전자약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전자기기를 인체에 이식해 약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 신경계를 자극해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생체전자공학의 발달로 화학약이나 기존의 의료 시술보다 더 안전하고 편하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자약이 떠오르고 있다.

전자약의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의 최소화다. 화학약품으로 만들어진 기존 약품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작동한다. 이런 이유로 멀쩡한 세포에서 약품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품 부작용의 사례로 머리털이나 손톱이 빠지거나 공복에 약품을 자주 복용할 경우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전기신호를 사용하는 전자약은 흡수 과정이 없어 화학적 부작용 발생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물론 전자약도 단점은 있다. 우선 신경계에 장비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전자기기가 오작동할 경우 신경계 이상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전 세계 제약회사는 전자약 개발에 적극적이다.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치매·간질 등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면역반응도 촉진할 수 있어 새로운 항암제 개발도 가능하다.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나노(nano·머리카락 두께의 5만 분의 1) 의약품과 전자약을 병행해 사용하면 원하는 세포에서만 약물이 작동하는 ‘표적’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 전자약의 가능성이 속속 드러나자 대형 제약사도 움직이고 있다. GSK사는 지난해 말 전자약을 10~20년 뒤 회사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6000만 달러를 전자약 연구에 투자했으며, 5000만 달러의 전자약 투자 펀드도 별도로 조성했다. 제약사 GSK사의 목표는 질병과 관련된 전기신호를 완벽하게 읽고 쓸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다.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이상 신경신호를 파악하고, 이 신호가 갈 신경만 콕 짚어 최적의 강도와 간격으로 치료용 전기자극을 주자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는 과학자에게 줄 상금 100만 달러도 내걸었다.

비만도 전자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엔테로메딕스사가 개발한 체중 조절용 전자약을 승인하라고 권고했다. 전자약은 식도와 위 사이에 이식돼 미주신경으로 ‘배가 부르다’고 알리는 전기자극을 보낸다. 터프스대 연구진은 개구리 실험에서 세포에 흐르는 전류를 바꿈으로써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전자약이 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술적으로는 이식장치를 더 작게 만들어야하며 외부에서 무선으로 충전이 가능한 전자약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전기자극을 주는 신경다발의 수를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GSK사의 전자약 연구를 이끄는 크리스 팸 박사는 “기술적 난제는 10년이면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기술 외적인 문제가 더 클지도 모른다.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임상시험과 승인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전자장비이니 만큼 해킹의 가능성도 있다. 미 FDA는 지난해 8월 의료장비를 통한 정보 유출을 막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한국은 아직 전자약의 불모지에 가깝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 전자약 승인 요청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한국 GSK 홍유석 사장은 “10년 내에 전자약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으며, 현재 주요 제약회사들은 생명공학과 전자공학을 접목한 연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신의 몸 안에 전자약 하나씩 이식하여 다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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