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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미투에 ‘위드유’, ‘미퍼스트’로 화답

불균등한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 성폭력 예방의 지름길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 중이다. “나도 당했다”보다는 “나도 고발한다”로 이해되어야 할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를 새로운 방향으로 견인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법조계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2월과 3월을 거치며 연극계, 문학계, 영화계, 종교계, 학계 및 정치권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공적 공간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성희롱, 성추행 및 성폭행에 대한 고발과 폭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투 운동의 확산은 성폭력 문제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이자 구조적 차원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한국사회를 향해 직접적으로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최근까지도 남성중심의 시선에서 정의되며, ‘관행’, ‘문화’ 혹은 ‘농담’ 등으로 용인되어 왔다. ‘관행’은 권력을 가진 자의 언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행위를 ‘관행’이라 부르며 정당화해 왔다. 그런 권력을 가진 자를 향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것은 ‘폭력’이며 ‘범죄’라고 외침으로써 성폭력과 관련해 그동안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왔던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당신과 함께 합니다”라는 ‘위드유’(With You) 운동, “나부터 먼저 성폭력을 방관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미퍼스트’(Me First) 운동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하고자 하는 연대의 물결이 이어지고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 운동에 대해 한국사회가 위드유 운동과 미퍼스트 운동으로 화답하면서, 한국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물꼬가 트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은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남성중심적 구조에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기준은 남성이다. 남성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는 기본적 권리는 그냥 ‘인권(人權)’으로 불린다. ‘남권(男權)’으로 특수화되지 않는다. 반면 여성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는 기본적 권리는 ‘인권(人權)’으로 불리지 못한다. ‘여권(女權)’으로 특수화된다. 이런 가운데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여성의 권리는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처럼 남성이 보편, 여성이 특수로 이해되는 사회에서는, 남성이 권력의 중심부에 자리하며 여성은 권력의 주변부에 위치하게 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를 비롯한 성범죄에서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의 구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의 이런 남성중심적 권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까지도 한국사회는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봐 왔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따라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왜 성폭력을 했느냐?”라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 “왜 이제 와서 뒤늦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질문해 왔다. 가해자 중심의 사고, 즉 사회적 강자 중심의 사고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야만적인 한국사회, 미투 운동은 이런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가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 것은 이번의 미투 운동이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다.

성폭력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없이는 한국사회의 인권 수준이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통한 인권 수준의 향상 및 이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우리의 과제다. 성폭력 문제에서는 사후처벌이 아니라 사전예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후처벌의 강화보다는 사회의 모든 곳에서 젠더평등 교육의 의무화를 통해 성폭력 문제가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널리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남성중심의 권력의 위계화를 통한 불균등한 권력의 분배라는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폭력이 주로 남성가해자와 여성피해자의 구도로 나타나는 것은 남성에게 권력의 대부분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의 불균형이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여성에게 그에 합당한 권력이 부여될 때, 성폭력은 근본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불균등한 권력을 가능한 한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지름길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8년 2월에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신교수가 유죄확정 판결을 받으며, 처음으로 ‘성희롱’이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인식되게 되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최초의 판례이기도 했다. 성희롱으로 신교수를 고발한 우조교는 무려 6년 간에 걸쳐 지난한 법정투쟁을 벌여야했다. 우조교 이후 수많은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고발해왔고, 그럼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는 미투 운동으로 알려진 거대한 역사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들의 용기로 인해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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