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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령 하향, 낭랑 18세에게 투표권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 해소가 우선 되어야

최근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태로 인하여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자 소위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서는 만 18세 청소년들에 대한 선거연령 하향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선거연령 하향 주장은 주로 OECD 국가 중 거의 우리나라만 19세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어 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인정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제 청소년들도 SNS의 발달로 정치 정보의 습득이 용이함에 따라 정치적 판단 능력이 충분하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선거연령만 하향하는 것은, 우리 학제(교육편제)나 관련 법률 상호간의 정합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약 22만 명에서 약 28 만 명에 이르는 18세 청소년층을 새로이 유권자로 진입시켜 ‘게임의 룰’을 바꾸고자 하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아직 충분한 국민적 콘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연령의 하향 문제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창설과 권력행사 과정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본권인 참정권 전반에 걸쳐 관련되어 있다. 참정권에는 선거권뿐만 아니라 국민투표권(19세 이상), 국회의원(25세 이상), 대통령(40세 이상)의 피선거권, 공직취임권(7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20세 이상), 정당설립 및 가입, 정당활동의 자유권, 선거운동의 자유권(각 19세 이상)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행법상 모두 연령 제한을 따로 두고 있다.

주로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18세의 청소년도 비록 현행 법률상 미성년자에 해당하지만 약혼이나 혼인을 할 수 있으며,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등 상거래 행위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전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가 없을 때는 무효이거나 부모가 취소할 수 있는 등 혼자서는 완전하고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도록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나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하여 대통령이 부치는 국가의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처럼 국가적, 정치적 의사결정 및 참정권의 행사능력은 국가의 안위와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민사상의 행위능력보다 더 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민법상 18세 이하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미성년자 제도나 소위 ‘18금’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청소년보호법상 18세 청소년에 대한 술이나 담배 등의 판매금지, 유해업소 출입제한 등은 청소년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연령 제한은 거짓과 유언비어, 흑색선전과 선동이 난무하는 부정선거 등 후진적 정치판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일부에서는 18세 청소년의 납세 및 국방 의무와 선거권을 비교하면서 그 불균형을 주장하지만, 납세나 국방 등 국민의 4대 의무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서로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성인연령과 선거연령 19세는, 모두 교육기본법상 초·중등교육 과정을 12년(6-3-3)으로 하는 우리 학제(교육편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부분 청소년이 만 19세에 이르기까지 초·중등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되었을 경우 비로소 성인으로서 사회생활과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된다고 보아 성인연령과 선거연령을 일치시키는 등 제도와 법률 사이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상당수의 OECD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연령에서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차례 우리 헌법재판소도 선거연령을 성인연령에 맞추어 19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사건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여 그 정당성을 확보해 주기도 하였다.

18세 청소년들에게 우선 선거권을 부여하게 되면, 당장 그들에게 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은 물론 선거운동의 자유와 함께 정당설립, 정당가입, 정당 활동 등 본격적인 정치활동이 허용된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두고 공부에 전념해야 할 고3 학생들을 오염된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편향된 정치세력이 학원의 정치화를 더욱 부추기고 학생들을 정치도구화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연령을 하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중등교육과정을 만 6세부터 만 18세까지 12년(6-3-3)으로 하는 우리 학제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먼저 선거연령과 성년연령을 일치시키고, 국민투표법, 정당법, 청소년보호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소년법 등을 함께 검토해서 관련 제도 및 법률 상호간 체계 정합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은 청소년의 정치참여라는 교육적 의의를 내세우기에 앞서 우리 정치의 품질을 개선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방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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