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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감형의 이론적 근거 및 연원을 알아보다

2018년 형법 개정 통해 필요적→임의적 감경사유로

 

사진: 지난 2021년 12월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폭행 범죄자 조두순(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이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조두순 사건은 1심 판결 당시 형량이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따른 감형이 인정되면서 이후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제기되고 규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 연합뉴스

 

우리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인”이라는 표제 하에 제1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고, 제2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형법 제10조제2항이 바로 심신미약자 형감경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규정이다.

 

● I. 인정 요건과 등장

형사가벌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행위에서 범죄가 성립해야 한다. 범죄성립여부는 이른바 ‘3단계 범죄체계론’에 따라 판단하는데, 이에 의하면 ‘① 구성요건해당성, ② 위법성, ③ 책임’이 모두 인정되어야 행위자의 행위에서 범죄가 성립한다. ‘구성요건 해당성’ 단계에서는 행위자의 행위에서 법률상 범죄행위의 외형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는지(객관적 구성요건 해당성), 행위자가 그러한 범죄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로 행하였는지(주관적 구성요건 해당성)를 판단한다. 예컨대 형법 제330조 야간주거침입절도죄란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를 의미하는데, “야간이었을 것”, “주거 등에 침입하였을 것”, “타인의 재물이었을 것”, “절취하였을 것”과 같은 요건은 야간주거침입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대부분의 범죄에서 과실범은 처벌되지 않기에 과실범처벌 규정 없다면 행위자가 고의로 행동하였어야 한다.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에 의해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가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면서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하였다면 행위자는 고의로 행동한 것으로 인정된다. 절도죄의 경우 고의범만 처벌되기에 행위자가 고의로 행동했어야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

 

행위자의 행위에서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더라도 ‘정당방위’ 등과 같이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위법성조각사유가 충족되지 않아야만 행위자의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고, 범죄로 성립할 수 있다. 행위자의 행위에서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고,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행위자의 행위가 범죄로 되는 것은 아니고, 범죄성립요건의 제3단계 요건으로, 행위자에게 ‘책임’이 인정되어야 행위자의 행위는 범죄로 성립한다. 범죄성립의 제3단계 요소로서의 책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법한(=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어떠한 경우에 불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고(사물변별능력), 자신의 행위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의사결정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즉, 책임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통칭하여 ‘책임능력’이라고 함)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여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고 적법한 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면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고, 행위자에게 형벌을 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행위 당시에 행위자가 책임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만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만 행위자의 행위는 범죄로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행위 당시에 책임능력을 가지지 않은 자는 불법행위를 하였더라도 비난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행위자의 행위가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근대형사법에서 확립된 책임원칙의 한 내용이다. 이러한 책임원칙에 의해 행위 당시에 형사미성년인 자(형법 제9조)와 심신상실인 자(형법 제10조제1항)의 행위는 범죄로 성립되지 않아 형사가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책임원칙에 따르면, 행위 당시에 책임능력이 미약한 자(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자)의 경우 비난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국가가 심신미약자의 경우 형감경 등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심신미약자에 대한 형감경은 로마법을 계수한 독일 보통법시대부터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독일 카롤리나 형법전(1532년)’은 책임능력 유무를 형사절차적 측면에서 고려하도록 규정하였지만, 그 후 명문규정 없지만 정신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은 형감경사유로 인정되었다. 1871년에 제정된 ‘독일 제국형법전’도 심신미약자 형감경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지는 않았는데, 명문규정 도입 필요성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1933년에 독일 제국형법전에 심신미약자 형감경에 관한 명문규정이 도입되었다. 

 

● II. 외국의 입법례

심신미약자 감형에 관한 명문규정 및 자의로 초래한 심신미약의 경우 감형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이론(이른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이 많은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지만, 심신미약자 처벌범위 및 처벌정도는 나라에 따라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과 스위스는 심신미약을 필요적 형감경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심신미약을 임의적 형감경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심신미약을 양형에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독일은 심신미약을 임의적 형감경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독일에서도 이른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이론이 인정되고 있어서, 자의로 심신미약을 초래하여 심신미약상태에서 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심신미약 감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독일은 명정죄를 두어(독일 형법전 제323조a) 고의 또는 과실로 알콜음료나 기타 각성제를 복용하여 명정상태에 있는 자가 그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하였지만, 명정상태에서의 책임무능력으로 인해 명정상태에서 행한 범죄가 성립하지 처벌할 수 없는 경우,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경우 명정상태에서 범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규정된 형보다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 III. 심신미약 감형 규정 폐지 논의 관련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돼 2018년에 형법이 개정되어 심신미약이 필요적 감경사유에서 임의적 감경사유로 변경됐다.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의하면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형법 제10조제1항·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고, 음주·약물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한편, 형법 제10조 제2항은 자의로 또는 타의로 심신미약 상태를 초래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범하였을 경우 ‘감형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일반조항일뿐이다. 형법 제10조제3항에 의해 ‘위험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하여 범죄행위를 한 자’의 경우(이른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형법 제10조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10조제3항의 각 요건(즉, “위험발생 예견”, “자의로” 등)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적용범위 즉, 형법 제10조제2항의 적용이 배제되는 사례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 형법 제323조a와 같은 규정이 없기에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폭넓게 인정하여 심신미약감형규정이 적용되는 범위를 좁히더라도 그러한 사례에서 행위자에게 고의범에 인정되는 형량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책임원칙에 합치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이다.

 

심신미약 사례에서 적절한 형량이 부과될 수 있도록 법규정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정신장애 범죄자 사건 또는 만취 교통사고 사건이 보도될 때, 심신미약 감형 규정 폐지 논의가 ‘감형규정 폐지 또는 유지’라는 2가지 선택지 또는 너무 단순화된 해결책을 가지고 논의되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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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