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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영감,‘생체모방기술’

생체모방기술의 동향 및 향후전망

생명체들이 가진 구조와 기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최적화되었다. 이렇게 최적화된 생명체의 생태, 구조, 기능을 모방하거나,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주어진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시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생명체가 가진 생존 전략이나 효율 극대화 방식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적자생존 과정을 통해 최적화된 생명체의 생리, 생태, 구조 등을 자세하게 규명하고, 공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창의적인 생체모방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 및 나노과학기술의 수준을 고려하면 향후 생체모방기술 개발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생체모방기술은 크게 생명체의 외형이나 구조를 모방하는 외재적 생체모방기술과 생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을 자연 모사하는 내재적 생체모방기술로 나눌 수 있다. 그동안 개발된 대부분의 생체모방기술들은 대부분 외재적 생체모방기술이다. 대표적인 예로, 새와 곤충의 날개를 모방한 항공기 날개, 엉겅퀴 가시 털을 모방한 벨크로(Velcro), 상어 표피의 riblet구조를 모사한 수영복 Speedo, 연 잎의 자정(self-cleaning) 효과를 모방한 Lotusan 페인트와 초발수 피복, 물총새의 부리와 머리 모양을 모방한 신간센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상용화되어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곤충의 침을 모사한 무통 주사바늘, 홍합 단백질을 모사한 접착제, 곤충을 모방한 무인 비행체와 같은 생체모방기술들이 소개되었다. 


반면에 내재적 생체모방기술 개발은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살아있는 생명체 나노 스케일의 미세 구조를 가지고 있고, 생체 내부가 불투명하며 생리현상과 동적 거동이 복잡하고 역동적이어서 기존 연구방식으로는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첨단 바이오 이미징(bio-imaging) 기술들이 개발되어 생명체가 가진 미세 구조와 동적 거동을 밝히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 분야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생체모방기술의 개발 동향, 향후 전망과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본인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내재적 생체모방기술 개발 연구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암모기는 피를 빠는 동안 잡히지 않기 위해 모기 침을 무통 방식으로 찔러 순간적으로 자기 몸무게의 3-4배의 피를 흡혈한다. 이처럼 암모기가 가진 우수한 펌핑 성능을 생체 모방하기 위해 머리 속에 위치한 불투명한 펌프 조직의 동적 거동을 가속기 X선 영상기법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가시화하여 흡혈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2개의 챔버를 가진 초소형 펌프를 제작하였다. 개발한 생체모방형 펌프는 혈액처럼 높은 점성의 생물학적 물질을 빠르게 수송하는 마이크로 펌프로 활용되어질 것이다. 


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들은 잎에서 일어나는 증산작용(transpiration)에 의해 발생하는 큰 음압을 이용하여 물관을 통해 수십 미터 높이로 물을 끌어 올리고, 기공의 개폐를 제어하여 유량을 조절한다. 식물 잎이 가진 이러한 수력학적 비밀을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규명하고, 잎 내부의 엽육세포를 계층적 구조를 가진 하이드로젤로 모사하여 증발형 미세 펌프를 생체모방기술로 개발하였다. 이렇게 개발한 생체모방형 미세 펌프는 인슐린과 같은 약제를 극히 적은 유량으로 장시간 무전원 방식으로 공급하는 장치로 활용되어질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해수를 담수로 변환시키는 담수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그러나,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역삼투압(reverse osmosis) 방식의 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멤브레인에 파울링(fouling)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해수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염생(鹽生)식물인 맹그로브 뿌리의 구조와 기능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하여 담수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새로운 개념의 담수화용 멤브레인을 생체모방기술로 개발하였는데, 무전원 방식으로 파울링 없이 소금기를 97% 제거하였다. 

 


한편 선인장은 사막이나 건조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공기와 토양에 함유된 수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신속히 저장하여야 한다. 선인장이 가진 이러한 물 흡수와 관련된 구조와 기능을 자세히 분석하여 선인장 가시와 뿌리의 잔털들이 공기와 토양에 있는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여 내부에 장기간 저장하는 기작을 밝히고, 이러한 수력학적 특성을 자연모사하여 생체모방형 물 흡수 및 저장장치를 개발하였는데, 이 기술은 건조지역의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활용되어질 것이다. 현재는 식물 물관의 다공성 멤브레인과 이온들의 필터링(filtering)과 관련한 수력학적 비밀을 밝히고, 이들과 관련된 생체모방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식물, 곤충, 동물과 같은 생명체의 구조와 생명현상은 아직까지 대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그 속에 내재된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것은 공학적 응용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쳐 최적화된 구조와 기능을 자세하게 규명하고, 내재된 메커니즘을 자연 모사하여 새로운 생체모방 기술을 도출하게 되면 여러 가지 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신산업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분석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체모방기술 분야의 세계시장이 2016년 43억$ 규모에서 2030년 1.6조$ 규모로 획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 이라고 말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자연을 스승 삼아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생체모방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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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