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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의 연구기관(6) :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 -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 설립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의 인적교류 및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연구


실크로드.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터키에 이르는 고대의 동서교통로로 지리학자 리히토펜(Ferdinand von Richthofen)이 처음 사용한 이래, 오늘날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륙교통로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전파된 동서 문화의 교류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한 고대의 카라반 루트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육지 면적의 36%를 차지하고, 세계 인구의 71%가 살고 있는 유라시아(유럽+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은 ‘新실크로드 구상’, 러시아는 ‘신동방정책(New East Asia Policy)’을 각각 앞세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1만㎞급 철도망, 즉 新실크로드를 건설해 물류에서부터 자원 개발, 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 협력을 증진하자는 것이다.

작년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하나의 대륙’(유라시아의 단일시장화), ‘창조의 대륙’(세계의 성장엔진화) ‘평화의 대륙’(동북아평화협력 분위기조성) 등 세 가지 제안을 핵심으로,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의 실현과 전력, 가스, 송유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박병인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본 골격은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설명하면서, 동북아 구상은 많은 비판을 받았던 친중 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한-미-일과 북-중-러 중심의 동북아 구도에 새로운 다자간 협력 체제를 더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정부라는 어떤 정권 특유의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확보와 북한 개방의 출발점을 찾으려는 국가차원의 장기발전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新실크로드 경제권, 특히 지난 10년간 연평균 무역량 증가율 18.1%을 기록한 중앙아시아를 바라볼 때, 지금은 유라시아철도의 고객으로서 물류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나 경제 협력 강화도 필요하지만 이 지역 민중 속에 스며드는 문화와 지식의 교류 등 저변의 영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국가 간 이해관계를 넘어 역사적, 민족적, 문화적 친연성(親緣性)을 바탕으로 통시적(通時的)이며 감성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중앙아시아문화를 연구해온 장준희 박사는 이 지역에 한국문화의 원형이 생생히 살아있다고 증언한다. 그는 중국 동북 3성 대흥안령에서 흑룡강을 따라 러시아 투바공화국을 비롯해 카스피해 연안 중앙아시아국가들은 우리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계 언어를 쓰는 국가들로 우리 한민족과 닮은 민속문화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전통놀이(굴렁쇠 굴리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자치기, 연날리기, 말타기, 씨름, 그네타기, 매사냥, 고무줄놀이, 줄넘기, 주사위 놀이), 신수(神樹, 혹은 신목)사상, 조상숭배, 탑돌이, 부적, 샤머니즘, 곰 신화, 좌식문화, 대가족제, 남아선호, 남녀유별, 전통문양, 모자양식(조우관) 등 모두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 뿐인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원동(遠東)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우리 동포들, 수많은 고려인들이 현재 중앙아시아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2011년 7월 현재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173,600명, 카자흐스탄 107,130명, 키르기즈스탄 18,230명, 타지키스탄 1,740명, 투르크메니스탄 884명 등 모두 30만 1,584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유사성과 고려인들에 대한 연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의 열쇠이자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지역은 고대로부터의 우리 민속 문화, 특히 북방문화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지역이며 대구는 이러한 분야 연구의 허브인 곳이다. 고대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교류의 수많은 흔적이 경주를 중심으로 과거 신라 강역에 몰려 있다. 예컨대 괘릉 무인상은 부리부리한 눈에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코가 우뚝한 서역인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에 보이는 출(出)자 모양의 장식은 스키타이 문화와 연결된 유목민의 나무숭배 신앙에서 연유된 것으로, 신라의 고도로 숙련된 금세공 기술과 맞물려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대학교가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SCAI: Silk road-Central Asia Institute)을 설립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북아 열강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각축하는 현재, 우리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가 대구·경북지역의 중앙아시아 연구이며, 인문학과 지역학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우리 대학교가 그 선도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1995년 7월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동산진료소를 개소한 이래, 2008년 타지키스탄 두샨베 소재 Tajik State Institute of Languages 내 계명한국어문화센터(세종학당)를 설치하고, 2011년에는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내 한국센터(Korea Center) 설치하는 등 지난 20여년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온 우리대학교야말로 적임자임에 틀림없다.

이는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자원을 획득하는 국가적 과제에 외교와 경제활동에 더해 인문학 연구와 민간교류가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최초의 노력이란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깊다. 실크로드 중앙아시아연구원은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의 문화적 친연성에 관한 연구, 고려인 연구, 민간차원의 인적교류 및 문화교류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기여를 기획하고 수행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전문가가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인 국내 현실에 비록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중앙아시아란 귀한 곡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만이라도 갖춘 분들의 아낌없는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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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