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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열풍, 순풍인가?

불편한 과거도 직시할 수 있어야

‘역사(한국사) 열풍’이라고 한다.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사극이 유행하는 것을 넘어 ‘역사저널 그날’ 같은 교양 프로그램과 역사 강사 설민석의 특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에서 픽션 사극을 넘어 역사 자체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서 한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반가우면서도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열풍의 근원이 무엇일까? 먼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어 있는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 계기 중 하나는 중국, 일본의 역사 도발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과거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교 교육에서 한국사 수업 시수가 늘어나고 수능 필수 과목이 되었으며, 여러 분야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이루어 역사 열풍이 나타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강해졌다 하더라도 막상 그러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 한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수험서나 인터넷 강의가 잘 팔렸을 뿐이다.
오히려 역사 열풍은 그러한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텔레비전에서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또 거기에 적절한 의미 부여까지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즉 흥미와 의미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텔레비전에서 역사 교양 프로그램이나 특강을 시청한 지인들은 필자에게 그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거기에 대해서 나는 왜 그렇게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우려스러운 점은 그것이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인 감정에 편승하거나 그것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 프로그램에서는 대체로 자랑스러운 민족의 역사를 내세우고 있다. 거기에는 우수한 민족 문화와 함께 외세의 침략에 대한 항쟁, 일제에 대한 독립 운동 등도 포함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강제 징용은 우리를 분개하게 하며,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삶은 민족 의식을 일깨운다. 민족주의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번역어인데, 그것은 네이션(nation), 즉 국민, 민족의 국가를 정당화하고 우선시하는 생각이다. 이것은 근대 세계에서 상당히 일반적인 것이며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여기에 대해서 차분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성찰이 결여된 민족주의는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덮어버리고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으며, 이웃 나라에 대해서 무턱대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나친 재미 추구, 또는 그 방식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역사 프로그램들에서는 어려운 역사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다소 미숙한 면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렇지만 일부 특강 같은 곳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나 표현으로 흥미를 끄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 강의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강사가 인터넷 강의에서 민족 대표 33인을 폄훼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날 그분들의 행적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자극적인 소재 위주로 지나치게 희화화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당시의 정황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 제시하지 못했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지 못했다. 재미 또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즉 전문성이 바탕이 될 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에서 역사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 전에 바람직한 역사 의식이란 어떠한 것일까? 바람직한 것을 정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공부, 인문학 공부는 우선 성찰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서 공동체, 국가로 생각이 미치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역사 공부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는가 탐구하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이러한 역사적 접근,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그것은 경우에 따라 우리의 불편한 과거를 직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가는 사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과거의 사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고 하며, 또 현재의 위치에서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 교양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많이 늘어난 것은 역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흥미와 의미를 계속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위에서 얘기한 역사학의 본질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즉 재미있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들이 사실을 파악해 온 과정을 흥미 있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감정에 호소하는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시각들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내용을 갖추기 위해 진정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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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