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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타불라 라사 글쓰기 대회 최우수 작품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지난 4월 14일, 교양교육대학이 주최하고 계명대학교출판부가 후원하는 ‘제2회 타불라 라사 글쓰기 대회’가 학부 재학생 3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내 인생의 스승’으로, 심사 결과 유지현(화학공학·3) 씨의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가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를 본지 1115호에 게재한다.
- 엮은이 말 -


누군가에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일이다. 더군다나 막 20대가 된 나에게는 낯설지만 가슴이 솜사탕처럼 부풀고, 어깨엔 기왓장이 얹어진 것 마냥 힘이 들어가는 일이다. 현재 나는 누군가의 멘토이다. 우연히 알게 된 ‘LH 멘토와 꼬마 친구들’이라는 단체를 통해 최저 소득 가정의 아동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내 멘티는 초등학생 6학년이다. 이번 글쓰기 대회 주제인 ‘내 인생의 스승’이라는 말을 듣고 나보다도 어린 멘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왜 그럴까? 내 멘티 영석이와의 첫 만남을 떠올려본다.

무더웠던 작년 여름 누군가의 선생님, 멘토로서의 첫 출발이 설레었던 나는 잠까지 설쳐가며 멘티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어떤 말을 해야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등 혼자서 수 없이 생각을 했다. 기다리던 첫 만남! 하지만 영석이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밝게 건넨 나의 인사에 돌아오는 것은 무심한 표정이었고, 나와는 간단한 얘기조차 하지 않으려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멘토들에게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고 또래 멘티들에겐 심한 욕설을 뱉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맞춰 나아갈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포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귀가 전 나에게 다가와 “오늘 감사합니다.”라며 퉁명스레 인사를 건네는 멘티 영석이를 보았다. 그 순간, ‘힘들겠지만 열심히 멘토링을 진행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영석이에게 하루에 한 통씩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영석아! 날씨가 좋네^^ 선생님이랑 만나는 날까지 날씨가 좋길 기도하자!’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월요일엔 ‘한 주가 또 시작됐어! 영식이 씩씩하게 이번 주도 파이팅^^’이라며 사소한 마음 표시를 했다. 약 2주일이 지나고 어느 날과 다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등교를 하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답변이 왔다. ‘네, 선생님도요.’ 짧은 이 문자에 나는 멘티 영석이와의 관계에 희망을 봤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멘토링에 처음엔 늘 소극적이던 영석이에게 질문을 했다. “영석아, 선생님이랑 멘토링 할 때 바라는 점 있어?” 질문을 던지고 혹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진 않을까 가슴을 졸이는 나에겐 예상 외의 말이 들려왔다. “우리 이야기 많이 나눠요. 지금처럼.”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물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내 편견을 깨준 답변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영석이와 쿠키 만들기, 도시락 만들어 소풍가기, 인생 그래프 만들기 등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영석이는 내가 보이면 멀리서 달려와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제가 오늘은요…” 라며 손을 잡곤 한다. 나는 영석이의 멘토이지만 매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영석이의 진실됨과 가장 낮은 시선에서 가장 넓게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맑은 그 미소는 지쳐 힘든 내게 한 줌의 햇살과도 같은 존재이다. 어느 날, 많은 과제와 할 일들에 쌓여 힘이 빠진 나를 보며 영석이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지현멘토는 최고 좋은 쌤이에요! 제가 알아요. 왜냐하면 웃는 게 예쁘거든요.”

서점에 비치된 수많은 2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엔 청춘들을 향한 응원의 문구가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어떠한 자기계발서적보다 교훈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가 영석이, 바로 내 멘티이다. 영석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힘든 일엔 같이 슬퍼하고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며 공감의 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영석이를 수학 경시대회 1등, 논술대회 우승을 시킬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생각만으로도 배부르고 미소가 번지는 추억을 쌓아줄 자신은 있다. 멘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는 멘토. 역설적이지만 나는 이 순간에도 13살 영석이에게 배우고 또 배운다. 이런 관계가 행복하고 영석이를 통해 변하는 나의 모습이 좋다. 앞으로 진행 될 멘토링에서는 영석이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길 바라며, 끝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 할 것이다. 내일 있을 멘토링 때, 영석이의 손을 잡고 이 말을 꼭 전해주고싶다.

“영석아! 선생님이 어제 영석이에 대해 글 써서 대회 나갔다? 선생님 멘티가 영석이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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