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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완전 폐지, 과연 옳은가?

폐지 · 개선 논의 전에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 전제돼야

공소시효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법률이 정한 일정기간을 경과하면 검사가 범죄자에 대한 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하여 범죄자에 대한 형벌소추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공소시효 기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과 특별법이 정하고 있으며, 법정형을 기준으로 사형에 해당하는 죄는 25년이며 단계적으로 그 기간이 차등 적용된다. 공소시효제도의 취지는 범죄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범인에 대한 사회의 처벌욕구가 감소하고 범인이 도피생활로 인하여 실제 죄값을 치루는 것과 같은 고통을 받는다는 실체법적인 이유와 수사기관이 장기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증거의 산일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다는 소송법적인 이유가 맞물려 현재의 생활관계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화성 연쇄살인사건(1986~1991),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1991), 대구 황산테러사건(1999) 등 사회적 공분을 산 장기미제사건들이 공소시효로 인하여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국민들로부터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도 전반에 걸친 검토를 거쳐 2007년 공소시효기간을 최장 25년까지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아울러 아동 성폭력범죄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2010년 개정된 ‘성폭력처벌 특별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를 당한 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 10년을 연장하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2011년과 2013년의 법 개정을 통하여 일부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였다. 이후 대구 황산테러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 피해자의 부모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고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다시 한 번 공소시효의 폐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결국 2015년 7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 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살인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완전히 배제된다.

그러나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하거나 그 적용을 배제하는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예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사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공소시효제도의 존치시킬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오늘날 대중매체의 확대와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인하여 오래된 사건들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검색이 가능하며 사회로부터 쉽게 망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사회의 처벌 욕구가 감소한다는 논거는 타당성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현대범죄의 잔혹성과 함께 사이코패스 등과 같이 범인이 아무런 죄의식이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도피 중인 범인이 형벌과 유사한 고통을 겪는다는 논거도 타당성이 약하다고 하겠다. 소송법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문이나 DNA를 통한 범인식별이 용이해졌으며, 사건과 관련한 사진, 동영상의 증거자료가 확보되고 영구적으로 보전될 가능성이 증대되는 등 증거의 산일로 인한 진실발견의 어려움도 상당부분 극복되었다. 이상의 점들은 공소시효의 폐지를 정당화하는 충분한 논거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을 근거로 공소시효의 폐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선 형사소송법의 유명한 법언 중에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경우 무고한 범인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자신의 결백을 밝힐 증인이나 증거물을 찾기 어려우며,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일방적 증거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커진다. 또한 모든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경우에 수사기관 및 법원이 과도한 업무의 과중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며, 특히 장기간 해결이 안 되는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역량의 치중은 범죄에 대한 예방과 현안사건에 대한 수사를 소홀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사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보다는 오히려 미제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동수사의 체계를 강화하고 사건관리를 철저히 하여 미해결 사건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공소시효를 폐지하여 범인을 찾아낸 경우 언제든지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필벌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어도 수사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상론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획일적으로 공소시효를 완전한 폐지하자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상의 요소들을 종합하여 공소시효로 인하여 범인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될 범죄들을 먼저 선별하고, 아울러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증거에 의하여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공소시효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의 논의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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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