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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이윤기의 ‘뱃놀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

 
삶은 우연의 연속 속에 존재하는가. 그 우연이 과연 진정한 우연일까. 혹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아닐까.
문득 이윤기의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뱃놀이’라는 작품으로, 남녀의 어긋난 만남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 만남은 과연 우연인가 아님 필연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뱃놀이’의 이야기는 이렇다. 꿈에 그리던 첫사랑인 연지를 잊지 못해 아직 노총각으로 있던 그에게 그녀가 이혼녀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권하며 자신과 결혼해 주기를 원한다. 그 사랑의 지고지순함에 결국 결혼을 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늦여름 휴일 오후의 첫나들이, 옛 기억의 연지호에 찾아가 한가롭게 뱃놀이를 하는데 옆에 있던 배에 젊은 청년이 물에 빠진다. 이를 본 그는 청년을 구하려 물에 뛰어들고 그 순간 그에게 너무도 소중한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이 짧은 이야기에 그가 연이어 되뇌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란 말은 이들의 만남에 우여곡절을 표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말은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 매우 불길한 징조로 작용한다. 그와 그녀의 만남은 잠시일 뿐이며 곧 헤어져야만 하는 운명과 같은 것으로 말이다. 이 얼마나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그럼에도 작가는 이를 너무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가 우연으로 믿고 있는 일들이 어찌 보면 이미 예정된 필연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것은 또한 삶의 이치를 두루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인 양 삶의 이면에 숨은 그림 마냥 존재한다. 그러기에 그 그림을 찾기만 한다면 삶은 자연스레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 한 보일 리 없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찾아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아직은 우리의 사고를 더 지배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2021년,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의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처럼 가벼운 상흔을 남기고 사라질 것만 같았던 코로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 이 불안한 동거는 단순히 일상의 변화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의 혼란을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인간의 무모함이 자초한 필연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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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