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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음악을 알게 되었고, 현재 음대교수로 있기까지 음악은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피아노, 음악교육, 음악공학, 실용음악, 지휘 등 음악의 다양한 분야를 전공해오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미술과 문학을 동경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읽고 쓰기를 워낙 좋아했었고, 미술은 청각예술인 음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통해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욕구와 감성을 더욱 자극한 한권 책이 우연히 나에게로 오게 되었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우리는 정말 힘듭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들고, 강한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들고,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도 힘듭니다. 집으로 운전하며 가다가 눈에 눈물이 가득차서 시야가 흐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가슴이 좀 답답한 것 같기는 했지만 그날은 그저 평범하게 지나간 하루였고, 뚜렷하게 서글픈 일도 없었습니다. 무심코 듣던 구슬픈 연주곡에 심취하여 덩달아 심금이 울린 모양입니다. 정말로 사람들 마음속엔 거문고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두고 사람들은 감기를 앓습니다. 마음의 감기도 나이를 불문하고 걸리는 피하기 어려운 증상입니다. 그림 들여다보는 일이 전공인지라 힘들 때마다 스스로 그림 하나씩을 처방하고 명상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설픈 내 처방이 다른 사람의 영혼까지 치유할 수 있을지는 감히 확신할 수 없지만, 그림감상과 더불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그림에 담아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담아낸 이 책은 사랑을 두드리다, 타인에게 말 걸기,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렇게 3개의 파트로 크게 나누어진다. 각 파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꿈꾸는 것들에 작은 제목을 부쳐서 그림 작품과 함께 잘 묘사하고 있다.

책의 항상 왼쪽 페이지에 놓여진 그림 작품들과 오른쪽 페이지에서 출발하는 저자의 글은 절묘의 조화를 이루어가며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고, 감상하고, 생각하고, 공감하고, 치유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후회 없는 그리움, 관계는 기억이다.’ 라는 글과 그림이 강하게 나에게 남아있다. 여기에서는 관계는 그리움이다. 후회 없이 당신을 전하라! 라고 말한다. 이 메시지와 함께 하는 그림은 호주 태생의 영국화가 마리안 스토크스의 「지나가는 기차:1890」라는 작품으로서 나에게 진한 전율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 그림과 같이 가슴 시린 후회의 한줄기 기억이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뒤덮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고집스럽고 힘겹게 집착해왔던 것들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미루고 결심해온 것들에 대한 나의 의지를 다시금 다짐해보았다.

저자가 들려주는 노랑이 이야기를 끝으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한다. ‘노랑이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구석에 버려져서 뒤집어져 있는 손수레바퀴를 발로 굴려보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굴리다보니 마치 곡예사가 묘기를 부리듯 능숙하게 네 발로 뛰면서 바퀴를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무심하던 주인은 노랑이의 재주가 자랑스러워서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구경시켰다. 주인집의 이름도 어느덧 ‘노랑이네 집’으로 불리고 있었다. 해가 들지 않는 노랑이의 집은 이제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심이 되었다. 꽃이 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 스스로를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꽃을 피운 생은, 그 꽃이 사라진다 해도 영원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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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