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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르네상스와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차가운 눈송이를 대신하여 따사로운 햇살에 흩날리는 봄꽃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도 눈부신 햇살이 천지의 생명을 일깨우느라 아낌없이 사방을 비추는 모습에서, 자연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겨우내 잠을 자던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펴고 부흥을 알리는 모습이다.

역사 속에서도 문예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부흥의 시기가 있었고, 우리는 이를 르네상스시대라고 일컫는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찬란했던 문화들은 말살되었고, 동시에 중세가 시작되었다.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다. 그 후 10세기에 걸친 암흑기의 종말을 고한 르네상스는 인간성의 해방과 인간의 재발견, 그리고 합리적인 사유와 생활태도의 길을 열어준 근대문화의 선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르네상스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을 연 필사가 포조 브라촐리니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르네상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고하는 논픽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포조는 중세시대 절대자에 가까웠던 교황의 최고 비서인 세크레투스였다. 교황의 최측근으로서 사적이고 은밀한 일을 행하는 세크레투스 자리는 황금사과였고, 포조는 중세의 모든 권력의 중심에 있었으며, 동시에 모든 어두운 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주관하였다. 그러니 포조가 고대 에피쿠로스학파에 심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포조는 남부 독일의 한 수도원의 먼지 덮인 서가에서 고대 로마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철학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찾아내어 필사하였고, 루크레티우스의 서사시는 그 이후 세계사의 진행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된 것이다.

우리는 늘 어딘가에 속해 있다. 그리고 속해 있는 우리들은 그 예속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우리가 속한 ‘어딘가’의 본성을 모르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역사는 언제나 진화하여 왔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얼굴을 알기 위해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듯이, 때로는 우리 역사의 어느 지점을 일깨워주는 책들을 만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세의 쇠락과 근대 문예부흥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 멋진 한편의 추격전 같은 드라마이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책 사냥꾼 포조의 고백을 들려주고 싶다. “… 이 모든 것이 다 책으로 돌아가기 위함입니다. … 남은 시간을 우리는 책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우리의 마음을 이 모든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많은 사람이 열망하는 것을 경멸하는 법을 가르쳐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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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