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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예언자

누구에게나 가슴 쿵쾅거리는 젊은 시절이 있고, 설렘과 동시에 아픔이 가득한 그 시절에는 영혼을 밝혀주는 만남들도 가끔 있다. 필자의 경우 대학 2학년 교육학 수업시간에 만난 칼릴 지브란의 세계가 그런 것이었다.

“사랑이 너희를 손짓하거든 따르라,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할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너희를 품거든 그가 하는 대로 내맡겨라, 비록 그 깃 속에 숨겨진 칼이 너희를 찌를지라도.” 지브란의 이 가르침은 그 시절 나의 이데아가 되었다. 사랑은 고귀한 것이지만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지브란이 말하는 사랑은 흔히 말하는 사랑타령, 즉 밀고 당기기로 점철된 허무한 사랑이 아니다. 아울러 그것은 상대방을 소유하고 거기에 안주하는 안일한 사랑도 아니다.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얽어매지는 말라/ 그보다도 두 사람의 혼과 혼 사이에 바닷물이 출렁이게 하여라.../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이 서로 떨어져 있듯이,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아래서는 자라지 못하는 법이다.” 예언자들의 땅 레바논에서 태어나 신과 자연과 영혼의 자유를 마음껏 노래한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이 15년이란 긴 시간을 바쳐 완성했다는 산문시집 『예언자』에는 이처럼 사랑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우정, 결혼, 죄와 벌, 선과 악, 먹고 마심, 가르침, 고통, 기도 등에 관한 빛나는 통찰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는 아랍인이었지만 그가 빚어낸 문장들 속에는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진리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최근에 『예언자』를 다시 읽어보니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기도에 대하여’의 한 대목을 보자.“기도는 너희 자신을 생명 가득한 하늘 속에 활짝 펼치는 것이 아니냐.../ 너희가 기도할 때는 일어나서 바로 그 시각에 기도하는 이들, 기도 속에서가 아니고는 만날 수 없는 그들을 공중에서 만나도록 하라.” 이것을 달리 말하면, 기도는 ‘보이지 않는 성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곳에는 오직 ‘황홀한 기쁨과 꿀 같은 하나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구한다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그 ‘하나됨’이란 물론 신과 나의 일대일 만남을 뜻할 것이다. 내가 만나는 이 신은 언젠가는 올 신, 불완전한 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완전한 신이다. 그야말로 백 퍼센트의 만남이고, 그것은 모든 만남 중에 가장 뛰어난, 완전한 만남이리라. 삶의 완전성 혹은 깨달음을 찾는 이들이여, 칼릴 지브란을 읽어보시라! (『예언자』의 한국어 번역본은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 핵심을 잃지 않은 것은 필자가 알기로는 함석헌 선생의 번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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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AI] AI 킬러 활용법 – AI 검사기로 AI 글을 ‘내 글’로 바꾸기 “AI 검사기를 돌렸더니 ‘AI 생성 의심 90%’가 나왔습니다.” 한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학생은 “저 AI 안 썼어요”라고 항변하지만, 검사 결과는 이미 교수에게 부담과 의심을 던져놓은 뒤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교수도, 학생도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방식, 글쓰기, 평가 방식이 새롭게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 교수도 난감하고, 학생도 난감하다 AI 검사기는 문장 패턴과 구조를 기반으로 ‘AI일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교과서적 표현이나 정제된 문장을 자주 쓰는 학생일수록, 혹은 정보 기반 개념 정리를 하는 글일수록 AI 문체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교수들은 “결과만 믿자니 학생이 억울해 보이고, 학생 말을 그대로 믿자니 책임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성실하게 썼는데 AI 비율이 높게 나오면 억울함과 불안감이 뒤따른다. ‘AI에게 개념만 물어보는 것도 AI 사용인가?’, ‘교정 기능은 어디까지 허용인가?’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경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AI 검사기에서 오해가 생기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