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3.0℃
  • 맑음강릉 14.6℃
  • 맑음서울 16.2℃
  • 맑음대전 14.9℃
  • 맑음대구 15.4℃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6.7℃
  • 맑음부산 18.2℃
  • 맑음고창 12.1℃
  • 맑음제주 18.7℃
  • 맑음강화 12.8℃
  • 맑음보은 9.6℃
  • 맑음금산 11.3℃
  • 맑음강진군 ℃
  • 맑음경주시 11.6℃
  • 맑음거제 14.4℃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영화 ‘봄날은 간다’

좋아하는 한자어(漢字語) 써오기는 제가 교양 한자·한문 강의에서 꼭 한 차례 부여하는 과제입니다. 한자로 이루어진 두 글자 이상의 어휘, 그리고 그 낱말을 고른 까닭 한두 문장을 원고지에 써오면 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한자어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지만 반드시 중복되는 낱말들이 있습니다. 그 단어를 고른 학생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요. 그 가운데 곧잘 1위에 오르는 것이 ‘청춘(靑春)’입니다.


청춘을 글자 그대로 풀면 푸른 봄날. 학생 여러분들 스스로도 지금 이 시절을 푸른 봄날로 여기기에 이 낱말을 골랐겠지요. 그렇지만 봄이 푸르기만 할까요? 하늘은 푸르지만 그 아래 벚꽃도 피어나고 신록도 돋아나니 홍춘(紅春)이나 녹춘(綠春)은 안 될까요? 실은 청춘이 청춘인 까닭은 오행설(五行說)에서 청색이 봄에 배당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적(赤), 가을은 백(白), 겨울은 흑(黑)입니다. 그러니까 청춘은 그냥 ‘봄’이라는 말이죠. 알고 보면 좀 싱겁지요.


허진호 감독의 2001년 작 ‘봄날은 간다’는 바로 그런 봄을 그린 영화입니다. 나온 지 스무 해가 채 못 되었지만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이미 고전(古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영화를 주로 활용하는데요, <봄날은 간다>는 빠뜨리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봄날, 가버린 시간, 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따위를 주제로 한 한문 고전과 함께 엮어보기 좋은 작품이니까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청춘, 바로 여러분들의 시절과 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늦겨울 대숲 속에서 가만한 바람소리를 듣던 남자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함께 봄을 보낸 여자에게 혼잣말처럼 물을 때 그가 입고 있는 건 어느새 엷은 반팔 옷입니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아무 답이 없고, 여자의 옷자락도 이미 짧아 반소매. 남자의 물음이 여자에게는 어쩌면 이렇게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계절이 어떻게 변하니? 봄날이 어떻게 가니? 그러나 갈 것이 가고 변할 것이 변하자는데 우리 달리 무슨 까닭 말할 수 있을까요.


청춘의 들목에서, 시작조차 아니 한 사랑을 앞두고 애잇머리부터 왜 김 빼는 소리를 하냐고요? 모든 것은 봄날처럼 시나브로 흘러가기에, 여러분들의 하루하루와 나날의 희로애락(喜怒哀樂)들이 얼마나 무겁고도 가벼우며 멈춘 듯 지나가버리는지 조금은 알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날은 벌써 이렇게 더워지고 봄날은 문득 가버렸지 않습니까. 싫증도 아니 난 좋은 봄날에, 여름으로 옮아가는 계절을 본다(未厭靑春好, 已觀朱明移)라던 건 일천육백 년 전 쯤 같은 계절을 보내던 시인 사령운(謝靈運)의 말입니다. 봄날은 갑니다.

관련기사





[가까운AI] 의용공학, AI와 사람 사이를 잇다 몇 년 전만 해도 의용공학과 학생이 바이오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익혀야 했다. ECG나 EEG 데이터를 불러오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다 보면 사소한 오류 하나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요즘은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AI에게 코드의 오류를 물어보기도 하고, 분석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을 읽거나 새로운 의료기기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도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의용공학은 원래부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의학과 공학의 경계에서 출발한 학문인 만큼 인공지능과 만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는 조금 특별하다. AI가 단 순히 하나의 새로운 기술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 의용공학 수업에 들어온 AI 의용공학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매우 다양하다. EMG와 EOG 같은 생체신호가 있고,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의료영상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얻는 데이터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서 사람의 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을 찾는 일은 AI가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