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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FTA 추진현황과 평가

농업 및 제조업에 대한 제도 보완 작업이 필요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인 1998년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공식적으로 결정하였다. 지역주의의 세계적인 확산 추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FTA 체결의 경제실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그결과 현재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인도와의 FTA를 이행시킬 수 있었다. 또한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정도 서명함으로써 우리나라는 FTA 불모지에서 FTA 리더국가로 발전하게 되었다.

미국과의 FTA 논의는 1980년대 중반 미국이 먼저 제안했으나, FTA 정책에 대한 국내 기반이 없던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의를 수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칠레, 아세안 등과의 FTA가 이행 및 타결됨에 따라, 어느 정도 FTA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보다 높은 경제효과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국내에서 제기되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우려한 미국은 한-미 FTA 추진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우리나라가 FTA 추진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미국은 입장을 바꾸게 되었다. 한-미 FTA는 많은 분야에서 쟁점이 제기되었고, 수차례 협상파국을 겪기도 했지만, 양국은 2007년 4월 협상을 타결하였다.

한편, 미국의 정치권, 특히 의회내 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는 입장이 강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다수 제조업분야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므로 상호 무역개방시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자국 제조업 생산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한-미 FTA 이행을 계기로 쇠고기 추가 개방 등을 노리는 정치권의 전략이 작용한 결과로도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협정 이행으로 양국 모두가 경제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더 큰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 학자들의 다수 견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대미국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가 이행되면 우리 제조업의 대미국 수출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EU FTA 협정을 서명(2010년 10월)함에 따라 거대 선진 경제권이자 우리의 제2위 교역상대인 EU 시장진출 확대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당초 금년말 이행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한-EU FTA는 EU측 사정으로 내년 7월부터 공식발효되는 것으로 양측은 합의했다. 참고로 EU는 GDP 기준 세계 최대 경제권(18.4조불, 08년)이며, 우리와의 교역액은 2009년 기준 788억불로 우리나라 총교역 중 11.5%를 차지하고 협정 이행시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 이행 중인 거대부상국가(BRICs) 국가 중 최초로 인도와 FTA 협정을 체결(2010.1.1 발효)하여, 중국·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앞서 거대 인도시장의 선점 기회를 확보한 것도 우리나라 FTA 정책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는 2009년 기준 인구는 세계 제2위(11.7억명), 국민총생산(GDP) 제12위(1.2조불), 구매력(PPP) 기준 국민소득 제4위(3.5조불)의 거대경제권이다. 또한 인도는 2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60% 내외를 차지고 있어 향후에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경제로 알려져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FTA 이익이 지속될 수 있다.

한-아세안 FTA는 단계별로 추진되었는데, 상품(07.6월) 및 서비스(09.5월) 협정에 이어 투자협정도 발효(09.9월)함으로써 한-아세안 FTA가 완성되었다. 아세안은 2009년 기준 우리의 제3위 교역상대 지역(750억불, 10.9%)이고,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어 중국, 아세안, 인도로 연결되는 우리 기업의 해외생산네트웍 구축에 있어 중요한 협력파트너이다.

우리 정부는 GCC, 페루,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등 자원부국들과의 FTA 협상을 출범시킴으로써 글로벌 FTA 네트워크 저변 확대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2010년 4월 협상을 개시한 터키와 현재 중단상태에 있으나 협상 재개 추진 중인 캐나다·멕시코와의 FTA를 포함하면 현재 총 13개국, 8건의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0년 들어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FTA는 중국측의 요청으로 우리나라가 검토해 온 사안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대대적인 내수확대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중국의 고성장과 성장잠재력을 우리 경제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한-중 FTA 추진을 결정하게 되었다. 다만, 농업분야 개방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중국과의 사전협의를 통해 농업부담 최소화 입장을 어느 정도 확인하고 협상개시 시점을 정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글로벌 FTA 네트워크 골격을 구축해 온 것으로 볼 수 있고, 협상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형상의 FTA 네트워크 확대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다수 제기된다.

먼저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우리나라 총 교역에서 FTA가 적용되는 비율이 14%로 아직 낮다. 현재 진행 중인 FTA 협상의 조기 타결 및 발효를 추진하여 FTA 특혜교역비중을 최소 50% 수준으로 제고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제1위 교역대상국인 중국과의 FTA도 조기에 타결 및 이행시켜야만 우리 기업들의 FTA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다수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FTA 인식수준이 낮고 현재 협정이 이행 중인 FTA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율도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아세안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의 10% 내외만이 한-아세안 FTA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FTA 활용 정보가 부족한 점외에 아세안과의 FTA 관세인하 일정이 너무 느려 기업들이 활용인센티브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다수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이 낮아 FTA 관세혜택 신청을 제대로 승인하지 않거나 협정이행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무역현장에서 협정이 적용되는 않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FTA 정책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한 밑그림이 없어 동아시아내 다수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FTA 확대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양자간 FTA 추진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배경에는 역내 경제통합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동아시아 경제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 및 일본과의 FTA 추진 일정, 범위 및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수립이다. 칠레와의 FTA 추진시점부터 농업분야에 대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었으나, 현재까지 농업분야 피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과의 FTA가 이행되면 농업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정부가 수립해 둔 대책이 있지만, 농업계에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책당국도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경우 무역조정지원제도가 가동되고 있으나, 이 역시 지원내용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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