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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우측 보행인가?

우측? 좌측? 보행자 우선!!!


국토해양부의 우측통행 전면 실시에 대한 보도자료가 발표되자 ‘이제는 걷는것까지 오른쪽이어야 하는가?’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우측통행을 정책화한 정부의 의도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텐데 이런 풍자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우측통행을 정책화한 정부의 주장을 살펴보면 일제식민지때의 좌측통행 잔재청산 및 교통안전도모로 요약된다. 그리고 차량을 마주보고 통행시 교통사고의 약 20% 감소 추정, 우측통행시 인체심리 측면에서 눈동자 움직임 15%, 정신부하 13%, 심장박동수 18% 감소, 보행속도 1.2배 증가 및 보행밀도 58%감소, 충돌횟수 7% 감소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행문화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통행방법으로 보행전용공간에서는 우측통행, 보차 비분리도로에서는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 보차 분리도로의 인도에서는 차도에 가까운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할 수 있도록 우측통행으로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표1참조)이제 국토해양부의 우측통행에 대해서 하나씩 검토해보자.

첫번째는 일제시대 잔재청산이라는 측면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의 전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면서 미래의 가치를 제시하는 과정속에서 청산되어야 한다. 올바른 교통문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추세는 보행자의 통행방법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통행속도나 진입을 규제하면서 보행자의 자유로운 행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일례로 네델란드의 본엘프(Woonerf)는 주거지역에서 보행자 교통안전을 위한 것으로 본엘프란 네델란드어로 ‘주거지’를 의미한다. 본엘프 표지판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보행속도인 5km 이내로 천천히 운행해야 하며 운전자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여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 아이가 공놀이를 하고 있는 표지판은 단순 통행에 대한 우선권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까지 우선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그림1) 현재 본엘프는 유럽 전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주거지뿐만이 아니라 상업지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교통문화는 ‘사람과 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자동차 통행방법’이며 이것이야말로 과거 식민지의 암울한 잔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도로에서 보행자 통행방식이다.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는 8,656명인데 차량과 등지고 통행할 경우에는 12,618명으로 보차 구별없는 도로에서는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라는 것이다. (’02∼’07,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자료참조)

문제는 보차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보행자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보행자의 통행방법’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근거로 제시한 교통사고 분석자료는 최소한의 분석틀도 갖추진 못한 상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요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다. 그래서 교통사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통행행위와 속도, 연령, 시간대, 요일대, 주변 도로여건, 사고유발요소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근거로 제시한 사고통계에서는 보행자가 차를 등졌는가 아닌가만 제시할 뿐, 도로폭원이 어느정도였는지, 주거지인지 상업지인지, 야간인지 주간인지, 연령이 어떠한지 등 다양한 요인들과 결합해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한 상태다. 또한 보차구별이 없는 도로는 일반적으로 ‘이면도로’라고 이야기하는 15m 이하도로가 대부분인데 앞뒤로 차량이 오고가는 이런 도로에서 차량을 마주보고 통행하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는 것이 우측통행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내용 중 당혹스럽다 못해 황당했던 것은 ‘보차 분리도로에서 차도와 가까운 쪽 보도를 걷는 보행자는 우측통행을 하라’는 것이다. 보도는 보행자 전용도로다. 보행자 전용도로에서 보행자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차량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혹시나 인도로 돌진할지 모르는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행정당국의 ‘보행자 생명에 대해 걱정해 주는 절박한 마음’은 고맙다. 그러나 백번 양보하고 들어가더라도 대책은 보도위에서 보행자 통행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보도를 차도보다 높게 설치하고 화단으로 차도와 경계를 설정한 이유는 바로 보도로 돌진할 차량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 아니었던가.

억지스럽더라도 인도까지 우측통행을 제시하려면 행정당국은 ‘막연한 직관’이 아니라 보도위에서의 교통사고 통계를 제시하고, 차량과 가까운 인도로 보행한 사람이 좌측통행이었는지 우측통행이었는지, 그로 인한 사고발생건수에 대한 비교자료를 제시해야만 한다. 동의는 못 구하더라도 최소한 이해는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순간적으로 보행자들이 밀집해서 이동하는 다중이용시설 (지하철, 철도역사 등)에는 보행자의 통행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보행자들에게도 안전할 뿐만 아니라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지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환승로는 매우 중요한데 좌측이냐 우측이냐라는 것이 아니라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쪽방향으로 통행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축통행 발표 후 서울의 지하철 몇곳은 설계상, 보행자들의 이동행태상, 환승방향상 도저히
우측통행이 불가능하여 좌측통행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

보행자들의 보행을 ‘안전’이라는 이유로 제약하려는 행위는 어리석다. 오히려 안전을 저해하는 다른요소들을 제약해야만 보행자는 안전할 수 있다. 약자 스스로가 조심하라는 것보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게 만들어야 하며,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필자는 우측통행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교통문화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우측통행을 주장하는 근거의 허술함에 대해 제기하려는 것이다. 우측통행을 정책화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우리나라 보행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보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바라보고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인터넷 우스개 소리가 마치 현실인것처럼 느껴져서 답답한 오늘, 다들 길에 나가자. 좌측이던 우측이던 마음껏 걸어다니면서 봄을 느껴보자. 봄이 멀리 달아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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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