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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요셉과 멋진 색동옷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


유학 시절, 무지갯빛 옷을 걸친 청년이 그려진 간판을 거의 매일 보았으면서도 ‘20세기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이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독일을 방문 중이던 은사님과 함께 루르 지방의 문화 시설들을 탐방할 기회가 생겼고, 그때 그 분이 이 공연이 에센 시의 명물이니 꼭 보라고 권유하신 덕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적어도 열 번은 더 보았고,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종종 이 뮤지컬 동영상을 보여 준다.

내용은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이다.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열한 번째인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 징표로 멋진 색동옷을 받는다. 이를 시기한 형제들은 그를 납치해 노예로 팔아 버리지만, 7년 동안의 대풍년과 7년 동안의 대기근을 알리는 파라오의 꿈을 해석한 요셉은 총리대신이 되어 이집트가 대환란을 무사히 넘기도록 한다. 흉년에 대비하지 못한 형제들은 이집트로 식량을 얻으러 오고, 나중엔 야곱까지 이집트로 옴으로써 가족은 다시 합치게 된다.

이 작품에 대해 혹자는 열두 형제가 후일 예수의 열두 제자를 선취한다거나, 모세를 거쳐 예수에서 완성되는 구원의 역사가 요셉에서 시작된다거나 하는 식의 성서학적 해석을 개입시키고, 또 혹자는 ‘꿈의 사나이’ 요셉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북돋우는 것을 의의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핵심은 순전히 양식적인 측면이다. 주제가 “Any Dream Will Do”나 “Close Every Door to Me” 같은 경우 말고는 거의 모든 곡이 내용의 심각성을 오히려 무색케 하는 유쾌한 팝으로 되어 있다. 진한 선글라스를 쓴 형제들이 요셉에 대한 질투를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풍 재즈가 사용되고, 벤야민의 무죄를 호소하는 유다는 자메이카 풍 칼립소 리듬에 날아다니듯 춤추며 노래한다. 민족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꿈을 얘기하는 파라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습으로 두 다리를 흐느적이며 로큰롤을 부르고, 궁녀들은 열광하다 못해 실신하며, 뒤에 서 있던 스핑크스도 동공이 풀려 버린다.

이 밖에도 러시아 민요, 샹송, 컨트리, 발라드, 탱고 등 다양한 장르가 동원되는데, 이는 로이드 웨버가 근본적으로 레뷔(revue)라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로서의 예술을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의 다른 작품 <캐츠>에서도 혹자는 ‘고양이 소개만 하다 끝나더라’라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그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려는 지향성을 벗어나는 데서 오히려 예술의 정체성을 찾는다. 진지한 내용과 훌륭한 표현 양식의 유기적 통일을 걸작의 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가끔은 양식의 순수한 유희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는 것도 금할 것은 아니기에 이 작품은 적어도 ‘맘껏 유희하고 싶은 인간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범작으로 거론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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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