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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성명 로마자 표기 표준화 시급하다 !

한글 로마자 표기법은 서구인들이 스스로 필요하여 한국어의 자모에 대한 대응 표기로 시작돼 지금까지 많은 계열로 분파돼 왔다. 중요 표기법들을 열거하면, Siebold System(1832), Jung(1935), McCune-Reischauer System(1939), 조선어학회(1940), 최현배(1942), Lukoff(1947), 문교부(1948), Yale(1954.1968), 문교부(1959), 문교부(1984), (구)상공부 공업진흥청 남북수정안(1991부터 5차 협상,결렬), 문화관광부(2000-성명을 제외한 지명, 문화재명, 한국학 용어)안 등이 있다.

McCune-Reischauer System(이하M-R표기법)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에 만들어졌다. 매큔과 라이샤워는 당시 Harvard 대학원에서 7년째 동양역사를 공부해온 대학원 학생이었는데 한국에 일시적으로 머문적이 있었다. M-R표기법은 한국의 언어학자와 음성학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음성학적으로 너무 정밀하고 지나치게 복잡한 방식이 되었다. M-R표기법은 우리나라 정부가 채택한 것이 아니고 개인들이 만들어 발표한 것인데 미국 국무성에서 발행한 지도에 사용한 것을 계기로 미군정 시대는 물론이고, 한국전쟁 중에도 군사관계 문서에 널리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지금까지 미국기관에서는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최초의 <한글을 로오마자로 적는 법>의 주최자는 (구)문교부(1948)였다. 이어 두 번째 문교부안, 즉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이 1959년 2월에 결정 되었는데 이때 위원 15명중 위원장 김선기와 박술음, 이하윤, 허웅, 고광만, 주요섭, 백낙준 등의 주장으로 최종안으로 통과되었다. 문교부(1959) 표기법은 M-R표기법(1939)과 대립돼 혼란을 가져왔고 그 결과로 문교부(1984)표기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문교부(1959)표기법이 문교부(1984)안의 모체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1986년부터 진행되었던 기계화를 위한 남북 협상안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문교부(1984)안은 1986 Asian Game, 88 Olympic Game을 대비하기 위해서 개정한 것이다.

한글 로마자 표기법 업무는 (구)교육부에서 담당하다가 1991년 1월 1일 (구)문화부 어문과로 이관되었으며 문화부에서는 동년 1월 23일 국립국어연구원을 개원하고 연구 1부에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 결과로 <문화관광부안(2000)>이 나왔고 그후 계속해서 성명 로마자 표기법은 (현)문화체육관광부와 (현)국립국어원에서 연구 진행 중인데 지난 6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4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강만수 위원장이 지난 2000년 개정했던 표기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작가 이문열씨의 성명 표기는 10개 이상 혼용돼 있고, 부산은 야후 사이트에서 'Busan'과 'Pusan'으로 표기 되어 외국인들에게 큰 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타에 Pusan으로 표기 되어있는 것은, 1996년 영화제가 탄생했을 당시 M-R표기법에 근거해 Pusan으로 시작되었으나 2000년 개정된 표기법을 적용하지 않고 계속 방치 한데서 발생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한글 로마자 표기가 수차 변경되어 왔지만 미국이나 기타 국가에서는 M-R표기법과 Yale 표기법등이 계속 쓰이고 있어 아직도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유는 국가적인 차원의 철저한 홍보 부족이며, 이문열 작가의 성명 표기는 순전히 개인적 차원 이지만, 부산이란 지명 표기의 오류는 관련 기관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70여 년 동안 두 가지 방법, 즉 발음을 중시하는 음성표기 방법인 전사법(轉寫法)과 발음도 고려하지만 철자를 중시하는 음소표기 방법인 전자법(轉字法)이 대립되고 있으나 아직도 표준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이 대립은 양자가 서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교육부(1959)표기법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론적인 논쟁은 계속되어 왔고 표기법 통일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관광부에서는 2000년 7월 7일에 <국어로마자 표기법>(인명-성씨를 제외한 지명, 문화재명, 한국학 용어)에 대한 표기법을 개정하여 발표를 하고 그 용례 사전을 발간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 해당 부처에서 철저한 시행과 국내외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또한 학교 교과 과정 속에 반영하지도 않았고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았다. 국내의 중요 도로와 문화재명은 새로 바뀐 표기법으로 변경이 되었지만 9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구시내에는 아직 M-R표기법으로 남아 있는 도로 표지판이 있다. 거기다가 회사명(Samsung, Hyundai)과 대학교 명칭(Yonsei, Kyungpook, Yeungnam, Keimyung)등 고유한 관습적 표기는 원칙에 어긋나지만 인정한다니 그 혼란도 만만치가 않다.

엄청난 경비로 전문가들이 제정한 System을 이제 와서 또 바꾸게 된다면 그 System을 제정한 학자들과 당대의 공무원 관계자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우리나라의 학자들-교수, 전문가들의 수준이 그 정도 능력 밖에 안 되는가? 외국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명, 문화재명은 문화관광부(2000)안을 그대로 유지하고, 성씨와 이름 표기법은 하루 속히 표준화되기를 바란다. 한글 로마자 표기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 하든지 아니면 다음과 같은 예외 규정을 두면 어떨까? <예외 1> 이-Yi, 리-Li, 김-Ghim, 박-Bak, 강-Ghang, 최-Choe, 오-Oh, 노-Noh, 손-Sohn, 안-Ahn, 고-Goh, 소-Soh, 송-Sohng, 신-Synn <예외 2> 이미 쓰고 있는 자기 이름의 표기와 <한글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자기 이름의 표기를 병행하여 쓰되 여권 등 중요한 모든 공식적 서류에는 한글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쓴다. 예: 조영수씨의 경우 한글 로마자 표기 Jo Yeong-Su (Cho Young-Soo)
우리나라 성씨 중 이씨는 98.5%가 Lee라고 쓰고 Yi 라고 적는 경우는 1%, 박씨는 Park(97.3%), 정씨는 Jung(48.6%), 최씨는 Choi(93.1%), 신씨는 Shin(91.7%), 강씨는 Kang(96.9%)으로 표기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So-Yeon Yi라고 쓰고 있다. 신 씨는 Sin으로 하면 ‘죄를 짓다’이고, Shin으로 하면 ‘소의 정강이살’이며, 발음도 어려우니까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Synn으로 표기하는 사람도 있다. 재미교포 변호사 Benjamin S. Sin과 같은 사무실에 있는 다른 신씨 성을 가진 변호사는 David L. Shin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국 내외 조 씨의 경우 13가지로 표기 되어 있으며, ‘곽’씨의 경우 69가지 표기가 사용되었고, 한 성에 평균 13.1가지 표기가 나타났다. 임의방식 성씨 표기 혼란을 누가 책임지고 해결할까?
박찬호와 박지성 선수는 Park으로 박세리 선수는 Pak으로 표기하며 부자간이나 형제간에 성씨를 다르게 표기해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 살았던 할아버지와 미국에 사는 손자의 성씨 표기가 다를 경우 상속 문제는 어떻게 될까?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안 계시는데 손자가 쉽게 고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운동선수(2002 월드컵,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들의 이름도 각양각색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BBC방송과 미국 ESPN 방송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김연아 선수도 외국에서 발급된 인정서에는 YU-NA KIM, 국내방송이나 언론에서는 Yuna Kim, 군포 수리고등학교의 김연아 기념관에는 Kim Yeon A's Hall로 표기 되어 있다.

재미교포들의 표기법도 다양하게 표기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미주판(2009.5.4) Student Reports 난에 고등학생(David Choi/ Yoona Lee/ Ah Ra Yoo/ Kim, Tae-Hu/Hye-Sun Kim)들과 한인단체(Saemsori.org)의 임원들도(Se Heum Hong, James H. Im, Sung-Keun Bae, Hoyung Lee, Cha-Hee Stanfield) 각각 다르게 표기하고 있었다. Atlanta에 사는 의사 김태영 박사는 성을 “Kim"에서 "Ghim"으로 바꾼 이유는 미국인들이 ”킴“으로 부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간행되는 모든 출판물과 신문, 방송에 한국인의 성명을 표기하는 데 있어서 각양각색 임의로 쓰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홍보하여, 한민족으로서 표기의 통일을 기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더 높이는 기본적인 요건이다.

Pusan을 Busan으로, Taegu를 Daegu로, Kimpo를 Gimpo로, Kimhae를 Gimhae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으니 성씨와 이름도 현행 한글 로마자를 문화체육관광부(2000)안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것이 가장 근사한 표기법이라고 주장하며, 이미 바꾸었고, 적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김포공항의 약호를 ‘GMP'로 변경 하였으니, Kimchi도 'Gimchi'로, Tokdo도 'Dokdo'로 바꾸어야 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국의 역사 문화와 정치, 경제 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발간하는 영어 학술지 Korea Journal은 문화관광부(2000)안을 채택하고 있다.

필자는 성씨와 이름의 순서, 배열에 있어서는, 예를들어 ‘홍길동’이란 이름은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성씨를 앞에 둔 것은 우리나라 관습이고 이름 사이에 hyphen을 하면 남녀노소, 외국인들이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으로 Gil Dong Hong이라고 표기하면 길씨로 부를수도 있고, Hong Gil Dong이라고 표기하면 동씨가 될 수도 있다. 한때 우리나라를 잘 아는 미국인이 백선엽 장군을 <선 장군>, 또는 <엽 장군>으로 부른적이 있었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Do in Rome as the Romans do"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지켜야 한다. 로마자로 표기된 한국어를 읽을 때는 한국어의 발음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도 한국어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오는 모든 외국인들은 한국어의 자모음 체계와 발음 방식으로 한글 로마자 표기를 읽어야 하고 원리를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체계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대구광역시청 민원실(여권발급)에는 “영문표기 일람표”를 비치하고 있는데, 성씨 중에는 강(GANG, KANG), 고(GO, GOH), 김(KIM, GIM), 노(NO, NOH), 리(RI), 이(LEE, I), 박(PARK, BAK), 신(SIN, SHIN), 심(SIM, SHIM), 안(AN, AHN), 오(O, OH), 온(ON, OHN), 우(WOO, U), 조(CHO, JO)로 되어 있다. 이 일람표는 어디에 근거하여 작성하였는지? 이에 따른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영어의 g는 ‘ㄱ’ 또는 ‘ㅈ’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표기법에는 g는 항상 ‘ㄱ’으로 고정되어 있다. Gimpo를 ‘짐포’로 한다면 ‘Hamburger’를 ‘햄버저’라고 하는 것과 같다. 로마자는 각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음가를 정하여 쓴다.

한글은 유네스코가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을 만큼 우수하다. 지구상에는 4000여 종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자로 적을 수 있는 언어는 40여 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한글로 ‘ㄱ, ㄴ, ㅁ, ㅅ, o’ 등 다섯 개의 기본 자음에 소리가 거세짐에 따라 하나씩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귀신의 소리도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음소(音素)문자로 손꼽힌다고 한다.

Gimpo를 ‘짐포’로 Gim을 ‘짐’으로 읽는 사람은 한글 로마자 표기와 영어 표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식의 소산이며, 로마자가 영자(英字)가 아니라는 사실만을 정확하게 인식하면 한글 로마자 표기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바른 인식과 양보 없이는 통일은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며,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2009. 10.9.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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