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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가난이 계속되는 이유:

아빠의 화장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에 달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계 인구의 43%가 하루에 2불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영양과다로 생기는 각종 질병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다가 매일 1만 6천 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기아로 인한 질병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접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지구촌 빈곤의 문제가 놀랍다 못해 낯설기까지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아빠의 화장실'은 세계 공동체의 꾸준한 노력, 정확히 말하면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상존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한국어로 '아빠의 화장실'로 번역되었으나 영어로는 '교황의 화장실(the Pope's Toilet'으로 번역되었다). 이 영화는 1988년 5월 8일 우루과이와 브라질 국경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 멜로(Melo)에 교황 바오로 2세가 방문하면서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주인공 비또는 우루과이와 브라질을 오가며 생필품들을 자전거로 밀수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아버지이다. 어느 날 특별한 경제 발전의 기회가 없어 보이던 멜로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방송에서는 연일 교황이 가는 곳 마다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들며, 이는 멜로의 경제를 회생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떠들어댄다. 멜로 주민들은 희망에 부풀어 집을 저당 잡히고 땅을 팔아 각종 노점상들을 마련한다. 비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비또는 게다가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소시지나 파는 노점상이 아니라 화장실을 지어 빌려주는 서비스를 생각해낸 것이다. 수만 명이 몰려들어 그 많은 소시지와 음료수를 먹고 마신다면 당연히 화장실이 필요할 것 아닌가? 이렇게 전 재산을 털어 시작한 화장실 사업은 아쉽게도 실패하고 만다. 언론에서 부추긴 "발전"과 "횡재"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교황은 한 시간 남짓 멜로에 머물렀을 뿐이고, 이때 모인 인파는 고작 8천명. 이들도 대부분 멜로 주민이었다. 387개의 노점상이 차려졌지만 단 한 시간에 끝나버린 행사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막상 가난한 이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던 예는 참으로 많다. 산처럼 쌓인 소시지를 팔지 못하고 절망한 멜로시민들을 모습은 많은 빈곤타파정책의 실패 속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부족하지만 꾸준히 진행되었던 국제기구 및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가난한 이들의 이름으로 추진되었으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직접적인 도움에는 인색했던 거대 경제 발전 프로젝트들의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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