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꼬레(Coree/Korea) 출신의 망명자였던 홍세화 씨가 저술한 1995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 이어, 1999년 출판된 문화비평에세이다. 이 책은 정치적인 이유로 먼 이국땅인 프랑스에 살면서 작가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즉 생활, 정치, 사회, 사고 등 다양한 방면으로 두 나라별 혹은 상호비교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자기중심적 사고의 성향이 강한 우리들에게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생각해보라는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똘레랑스(Tolerance)! 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방식, 의견에 대한 존중, 그리고 권력에 대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책의 전반에 걸쳐져 있는 중심이고 또한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이상의 과거로 돌아간 1990년대를 시대로 두고 지금과는 다른 정치적, 문화적 배경이지만 여전히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뿌리 깊은 배타적 의식과 자칫 서구의 발전된 문화에서 유래된 듯 보일 수도 있는 잘못된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지금의 현실에도 반영할 수 있는 공감되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독특한 옷차림의 사람을 프랑스에서 보면 ‘과연 프랑스야, 저렇게 튀는 옷도 즐길 줄 아는구나’라고 하며 무한한 공감대로 접근하면서 같은 옷차림을 한국에서 보게 되면 ‘저 사람 왜 저래? 이상하게…’라며 그가 나의 이해력의 테두리에 들어와 있지 않음을 질책한다. ‘독립적인 주체의’ 개인주의가 아닌 ‘나만을 위한’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로 포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보다 큰 권위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책의 내용 중 한 단락을 소개하면 1957년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에 대해 비인간성, 반역사성이라는 주장으로 반대하는 사르트르를 당시 정부 측에서 보면 반역행위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었으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드골의 반응은 ‘그도 프랑스야’(‘그도 프랑스인이야’가 아닌)로 포용하는 것이었다. 샤르트르의 권위에 대한 정의로운 도전의식과 드골의 나와 다른 너를 너그러이 포용하는 여유, 이것은 단지 프랑스인에게만 발견될 수 있는 고결한 문화는 아닐 것이다.
나도 우리도 모두 그것이 옳다고 알고 있으나 그럴만한 자신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프랑스라는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는 사회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접촉에서 간혹 한 발짝 물러나서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거리’, ‘당장의 테크닉보다 엉뚱함에서 나오는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와 연결되는 인격적 자부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비교적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너무 무거운 내용으로 소개한 것은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나와 우리를 그리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보다 객관적이고 너그러운 시선을 가질 수 있음을 바라는 마음이라 이해해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