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상한 질문을 해본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고등학교에서나 대학교에서나 또 사회에 나가서도 변함없이 경쟁하고 공부해야 하는 갑갑한 현실을 살기도 바쁜데 한가한 질문이다 싶다. 그런데 자꾸 카이스트 학생들의 슬픈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이 궁극에 던졌을 이 질문을 해본다. 나는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톨스토이의 생애는 최근 개봉한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최후의 1년이 소개된 바 있다. 영화에서는 다소 생경하다 싶을 정도로 종교가이자 정치가이며 민중운동가로서의 톨스토이가 등장하고 있다. 그는 1828년 8월 28일 남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마을에서 백작가문에 태어났다. 그는 잘 알려진 소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 덕분에 엄청난 명예와 부를 일평생 누렸다. 이러한 화려함 뒤에 그는 부모, 친형 등 일가친척을 잃는 고통을 겪었고 전쟁에도 참가하였으며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그가 말년에 집필한 글들은 매우 종교적인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역시 그의 종교관, 인생관을 담고 있는 작은 동화같은 책이다.
이 동화와 같은 글은 우선 짧고 읽기 수월하기 때문에 자주 손이 간다. 특히 마음이 답답하고 정리가 필요할 때 담백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마치 인생은 작은 한옥집 뒷마당에 놓여 있는 장항아리처럼 우직하게, 오랜 세월을 견디며, 생긴 그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책의 내용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 ‘미하일’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이고, 세 번째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인간내면에는 악과 선이 공존하지만 결국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는 지혜’인데 사람은 한치 앞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인데, 사람은 자신의 계획과 고민과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 사람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책 내용만을 보면 이 책이 미래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하고 노력해도 중간 정도로 밖에 살 수 있는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디 이 책을 책장에 가둬두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또 재능을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현자라 할지라도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매우 열심히 살아가고 노력하고 더 나아지려는 것은 우리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결국 나의 사랑이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므로. 우리가 어렵고 또 어려워도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사랑해 주는 그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