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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메종 드 히미코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캠퍼스, 우리 학생들에게 일본의 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히미코’의 방이라는 뜻의 이 영화 제목 ‘메종 드 히미코’는 늙은 게이들이 모여사는 양로원의 이름이다. 양로원의 주인인 ‘히미코’의 이름을 따서 만든 히미코의 방이라는 뜻의 영화 제목은 왠지 기분이 따스해진다.

오래 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그 여자(사오리)는 재미라고는 좀처럼 모를 것 같은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 여자에게 젊고 아름다운 남자(하루히코)가 찾아온다.

‘커밍 아웃’을 하고 가족을 내팽개친 그녀의 아버지(히미코), 그 남자는 자신이 아버지의 ‘연인’이며 아버지가 현재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린다. 또 아버지가 투병하고 있는 게이 양로원에서 주말마다 일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보느라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그녀. 정말 내키지는 않았지만 오직 돈 때문에 그 남자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불편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들은 화려했던 젊은 날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늙은 게이들, 병에 걸렸으면서도 어설픈 화장과 여자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장한 아버지 사이에서 그 모습에 당황해 하는 그 여자, 좀처럼 그 조직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자칫 불편할 수 있는 동성애, 그 중에서도 늙은 게이들이 머무는 양로원을 배경으로 한다. 소외되거나 우울모드로 이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늙은 게이들은 때론 우스꽝스럽지만 이들이 간직해 온 나름대로의 가슴 아픈 사연은 젊은 사오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눈뜨게 한다.

영화는 크게 사오리에게만 까탈스러운 여장 아버지 히미코를 겪고 알게 되는 과정, 아버지의 연인 하루히코와 사오리 간의 아슬아슬한 러브라인을 두 축으로 한다. 결국 사오리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소수자들의 문화를 좋든 싫든 경험하면서 부녀 또는 연인이라는 인간관계의 근원을 경험하고, 그 사회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공감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불편한 ‘다른 것’과의 만남과 익숙해짐의 끝없는 과정일 것이다. 부딪히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제대로 알 수 없기에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과 수많은 매체, 기기의 발달로 간접 경험의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차디찬 액정이 묘사하는 모니터 속 세계는 치열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이해의 폭과는 아직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시대, 안방에서 전 세계 소식을 알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됐다고는 하지만 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직접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가치를 고집하기에 앞서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세계를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함. 이는 ‘경험’을 자산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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