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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절망과 희망오는 9일 다시 날아오를 나로호를 상상해보자

2009년 8월 25일, 대한민국의 모든 이목은 나로우주센터에 쏠려 있었다. 대한민국이 우주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시간과 사건이였기 때문이었다. 창공을 박차고 올라가는 나로호는 북한미사일발사와 중국의 선저우호 발사 등으로 한껏 침울해 있던 우리국민에게 우주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을 활짝 열게 해주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리는 궤도진입에 실패한 나로호의 안타까운 소식에 좌절해야만 했다.

이후 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했고, 결국 인공위성을 감싸고 있던 ‘페어링’이 분리 되는데 실패했다는 원인분석을 내어 놓았다. 추진로켓이 폭파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전자장비가 고장 난 것도 아닌, 단순한 기계장치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이다. 이 페어링 분리는 그동안 지상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그 기능의 완벽성을 확신했던 부분이였다.

사건 이후 한동안 우리 국민들은 우울함과 허탈함을 경험 해야만 했다. 성급한 이들은 우주항공산업 자체에 대해서 불신하기도 했고, 그 자금을 사회복지자금이나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쓰는 것이 더 낳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던 우리의 우주항공기술이 북한이나 중국의 기술보다도 뒤지는 것 같다며 절망했고, 많은 원망이 수년간 고생했던 연구원들에게 쏟아 졌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추진체를 맡긴 러시아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외부에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여러 가지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자연과학분야 연구지원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방향도 새로이 제시되는 등 그야말로 모든 국민들이 항공우주분야의 무책임한 전문가가 되어 버렸다. 나로호 발사는 우리에게 큰 기대를 준만큼 큰 실망을 안겼다.

우주항공기술은 우리에겐 아직 낯설고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많은 분야이다. 우주항공기술은 기계, 전자, 물리, 화학, 정보통신 등 여러 가지 학문들이 융합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융합기술이다. ‘페어링 분리만 잘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추진로켓의 폭발 없이 궤도진입 실패 없이 잘 발사된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 어려운 인공위성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고, 불모지 나로에 우주센터를 세운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보다. 모르긴 해도 러시아 기술자들이 기술전수과정에서 자국의 기술을 최대한 숨기려 했을 것이고, 이들로부터의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감내하며 인내로서 완성해낸 나로호는 분명 절망보다는 희망의 산물일 것이다.

선진국의 우주왕복선이나 궤도진입 로켓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주항공기술은 천문학적인 예산과 어마어마한 시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의 수고와 땀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또한 인고의 시간을 함께 기다리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항공우주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이러한 인내의 시간들을 거쳐서 안정화를 이룬 것이다.

필자가 미국 플로리다 항공우주국 (Florida Space Institute) 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화성탐사계획 (Mars’ project), 스페이스 엘리베이터 (Space elevator), 무중력하에서의 농작물 재배 (Biomass) 등 다양한 연구테마로 미국이 항공우주기술을 이용한 야심찬 미래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무렵, 우주미션을 마치고 플로리다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 귀환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텍사스 주 상공에서 공중 분해되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항공우주기술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연구원들은 아연실색했다. 1986년 일어났던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사고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챌린저호 폭발사고는 미국의 우주개발프로그램을 제동하였고, 수년간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동안 모든 연구개발프로그램들이 유보되어서 관련분야 종사들은 뼈를 깎는 시간들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1986년 일어났던 챌린저호 폭발의 원인은 추진체 중간의 작은 연결고무가 과도하게 냉각되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서 발생한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입은 손실금액은 당시 한화로 약 4865억원이였다. 2003년 발생했던 컬럼비아호 폭발의 원인은 연료탱크를 감싸고 있던 발포단열재가 우주왕복선 날개에 손상을 주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실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아까운 인재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의 경우는 페어링 덮개 때문에 첫 우주선 발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사소한 원인이다. 선진국들의 이러한 뼈아픈 경험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성공적인 우주항공산업의 기틀을 만들어 주었다.

우주선이 지구인력을 벗어나려면 초속 11.2km 로 추진하여야 한다. 이 속도는 대구에서 서울 가는데 불과 27초 밖에 안 걸리는 엄청난 속도이다. 이러한 초고속 환경에서 엄청난 무게의 쇳덩어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 수십만 개의 부품이 완벽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수십만 개의 부품을 만들었던 수많은 부품업체들의 품질관리가 완벽해야만 한다. 자연은 쉽게 우리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위대성은 허락지 않는 자연에 끊임없이 도전과 좌절과 재도전을 반복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로호가 실어나르고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위성은 과학기술위성이다. 이 과학기술위성은 한반도 상공을 선회하면서 다양한 과학기술관련 활동들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로호는 약 100kg급 과학기술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우주발사체개발 사업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지난 1993년 1단형 고체추진과학로켓(KSR-I)과 1998년 2단형 고체추진과학로켓(KSR-II), 그리고 2002년 한국최초 액체추진과학로켓(KSR-III)을 발사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1.5톤급의 지구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체 개발하고 나로센터에 발사서비스 기반을 구축하여서 다른 나라 위성들도 우리 땅에서 발사시키는 역할을 하여, 우리나라도 명실공히 우주항공산업의 주역으로 인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차 발사가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자국 위성을 자국 발사체로 발사해 성공한 세계 10번째 국가가 되게 된다. 이로 인해서 국가 신인도 제고는 물론 우주항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 된다.

나로호에 승선해서 보내는 또 하나의 가치는 ‘우리국민의 희망’이다. IMF 금융지원을 받던 시절, 웅덩이 근처에 걸쳐진 골프공을 포기하지 않고 바지를 걷어 올려서 쳐낸 박세리 선수의 불굴의 의지는 온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경기가 어렵고 수많은 노숙자가 거리에 넘쳐날 때, 김연아 선수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2009년 여름 나로호. 이는 분명 우리국민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사건이였지만, 새로운 희망과 연합의 기회도 제공하였다. 2010년 6월 9일 다시 푸른창공으로 날아오를 나로호의 희망찬 추진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제 막 시작한 우주시대의 걸음마에 대한 대가를 값비싸게 치렀고 1년여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수고를 하였지만, 회복된 상처주위로 돋아난 새살이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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