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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국어는 왜 국어인가?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다. 당연한 것은 원래부터 당연한 것이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여기 당연함의 연못에 파문을 일으키는 책 한 권이 있다. 이연숙의 ‘국어라는 사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국어가 ‘무엇’인지를 묻지 않고 국어는 ‘왜’ 국어인가를 묻는다.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국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그럴듯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난데없이 국어는 ‘왜’ 국어인가를 물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서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언어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자명한 무언가이다. 소박한 화자가 모어를 말할 때, 자신이 어느 나라 말을 하려고 의식해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또 문법가가 하는 것처럼 모어의 규칙에 맞추어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쓰고 있는 말은 너무 자명한 것이기에 그것이 왜 ‘국어’인지를 의심해 본 적이 없으며, 어쩌면 ‘질문이 성립하는 것인가’를 다시 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는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국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르쳐 주고, 인식하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국어는 국어가 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소박한 화자가 사용하는 말에 누군가가 국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소박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 게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이 책이 ‘한국어’에 관한 책이라는 오해를 살 법하지만, 이 책은 ‘國語という思想’라는 일본어 저서의 번역본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말하는 ‘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이다. 이 또한 ‘국어’라는 용어가 주는 야릇한 낯설음이며, 이 낯설음에서 다시 한 번 우리는 ‘국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반추하게 된다.

물론 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배경 지식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근대 일본의 언어 인식’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일본의 언어사상사이기 때문이다. 명치시대와 제국주의시기를 지나면서 ‘일본어’는 어떻게 ‘국어’가 되었고, 제국주의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조선어’에 대하여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저자는 탄탄한 필력으로 짚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생소한 용어와 빡빡한 글자에 놀라 책을 덮을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국어’인 ‘일본어’를 ‘한국어’로 살짝 바꾸어 읽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용어를 헤치고 일독(一讀)한 보람이 있을 것이기에.

일본의 저명한 학술상을 수상하고 일본 지식계에 커다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인 사회언어학자라는 점도 놀랍고, 이 책이 역자의 꼼꼼한 번역을 거쳐 한국에 소개된 것도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이 책을 통하여 당연한 것일수록 더욱 의심하는 버릇이 생긴다면 그리고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움을 경험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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