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최근 수년 간 자전거 교통사고의 급증 추세는 우리나라가 아직 `자전거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고유가 시대에 교통비용을 낮추고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도시오염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는 자전거가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건강 레저용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으나,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건강한 자전거 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전거 이용을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자전거 교통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용도로의 확충과 관련 교통법규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통계상의 자전거 도로는 `빛좋은 개살구'
자전거 교통사고 급증의 원인으로는 우선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미약한 기반시설을 꼽을 수 있다.
주말에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레저활동 인구는 물론 시내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자전거 도로는 2003년 586㎞, 2005년 629㎞, 지난해 729㎞로 늘어 수년 새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빛좋은 개살구' 수준에 불과하다.
총 728㎞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 중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123㎞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인도 위에 선을 긋고 자전거 그림을 그려놓은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이다.
인터넷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한 회원은 "출근하는 길에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주차된 자동차가 길을 막는 것은 일쑤고, 보행자들이 다니면서 자전거가 와도 비켜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카페에는 매일같이 대여섯건씩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한 회원들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더구나 자전거 전용도로 123㎞ 중 도로변 전용도로는 4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하천이나 공원변에 있다. 총 8천82㎞에 달하는 서울시내 도로 중 자전거 전용도로가 갖춰진 도로는 1%에 훨씬 못 미치는 것.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거의 없다 보니 쌩쌩 달리는 택시, 트럭 등과 함께 도로를 달려야 한다. 자동차가 내 바로 옆을 스쳐지나갈 때는 정말 아찔하다"고 말했다.
◇ `자전거 보호' 교통법규 마련해야
현실은 이렇지만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 주행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자전거는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차'로 규정돼 있을 뿐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토록 하는 별도의 교통 법규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주행하다가 좌회전을 할 때는 다른 차량처럼 중앙선 쪽으로 접근해서 좌회전해야 해 극히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1995년부터 시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에는 `자동차 운전자는 도로 주행시 자전거가 옆을 지나갈 때 안전을 고려해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 등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에 불과하다.
독일, 네덜란드 등 `자전거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에서는 자전거가 도로를 주행할 때 자동차와 별도의 교통신호를 적용받도록 해 자전거 이용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독일에는 자동차가 도로에서 자전거의 1m 이내로 접근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까지 있다.
자전거사랑전국연합의 김영복 서울본부장은 "말로만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의식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센터의 강동수 교통안전팀장은 "자전거 이용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도로를 주행하다 사고가 나면 가벼운 부상에 그칠 사고가 치명적인 중상으로 커질 수 있다. 반드시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