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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자들의 강력범죄, 구멍 뚫린 정신보건법

조현병에 대한 차별적 시각 지양, 현실적 대안 마련 필요

● 조현병이란?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으나 용어의 부적절성으로 인하여 현재는 조현병으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조현병 환자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이다. 망상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 등으로 나뉜다. 조현병의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며 외부로부터의 극심한 스트레스나 어린 시절의 정서적 트라우마와 같은 환경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수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1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 조현병자들의 강력범죄


조현병자들에 의한 강력범죄가 특히 두려운 이유는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맥락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앞서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 6명을 그냥 지나 보내고 첫 번째로 들어온 생면부지의 여성 피해자를 주방용 식칼로 찔러 살해하였다. 진주 아파트 살인사건의 가해자 역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주민들의 평범한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자신을 향한 적대적 행위로 인식하였으며, 결국 무고한 주민 5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말았다. 정상인의 시각에서 조현병자들의 이러한 행위를 지극히 위험하게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자가 실제로 일반인에 비해 위험하다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대검찰청의 2016년 범죄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강력범죄자의 비율은 1.43%에 달했던 반면, 전체 정신질환자 대비 강력범죄자의 비율은 0.05%에 불과하였다. 주목하여야 할 것은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장애 범죄자들의 숫자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7년 경찰통계연표에 따르면, 총 강력범죄자의 수는 2011년 25,346명에서 2017년 28,927명으로 약 14%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정신장애 강력범죄자의 수는 509명에서 813명으로 약 60%나 증가하였다. 결국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조현병 환자들이 일반인들보다 위험한 존재인지 여부보다는 조현병자에 의한 범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가 일반적으로 정상인에 비해 위험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위험성 있는 일부 조현병자들을 가려내고 통제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신보건법상 조현병자를 본인의 동의 없이 입원시킬 수 있는 방법은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세 가지가 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방법 모두 현실에서 적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한계들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응급입원에 관해 살펴보자.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은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다른 규정에 따른 입원 등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그 사람에 대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는 경찰관이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할 것이고 이후 정신과 전문의가 현장에 임장하여 함께 입원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현장에서 경찰관이 당사자를 정신질환자로 추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해당자가 정신이 이상한 것인지, 원래 성격이 그러한 것인지,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자칫 잘못 판단했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을 호소한다. 전문의의 판단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비록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당사자를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와 같은 법률적 요건까지 판단하여 강제입원이라는 인신 구속적 강제행위에 동의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찰에게 관내 정신병자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접근권을 부여하는 등 현장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관이 망설임 없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개입규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해를 끼칠 위험이 큰’과 같은 규정보다는 ‘재물을 손괴하려 하거나 타인을 위협하는’과 같이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규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서방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사법입원제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간단히 말해 조현병자가 입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전문의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취지는 강제적 인신구속의 형태를 띄는 조현병자 입원절차를 사인으로서의 의료기관이 아닌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의 법원이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조현병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다 효과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조현병자에 의한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잇따르면서 조현병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졌다. 이러한 두려움은 자칫 모럴패닉(moral panic)으로 이어져 문제 해결을 위한 정확한 진단보다는 조현병자 전체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인권침해적 정책결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팩트(fact)는 조현병자가 일반인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현저히 낮으며 문제가 되는 이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결국 조현병자 범죄 해결의 성패는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가진 일부 조현병자들을 얼마나 정확히 발견하고, 얼마나 적절히 통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현병자들이 자신과 타인에 해를 끼치는 심각한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복지 및 처우개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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