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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과 비핵화의 퍼즐 풀기

종전선언(終戰 宣言, declaration of the end of war)이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공동의 의사 표명이자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행위다. 종전이 선언되면 전쟁의 책임 규명을 포함한 전후 처리가 이루어지며 이를 바탕으로 전쟁 당사국 사이에  새로운 외교적 관계나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으로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로서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종전협정 체결 전까지 전쟁 당사국들 간 공식적 외교관계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모든 전쟁이 종전선언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의 경우 독일이 무조건 항복(1945.5.7-8)하고 연합군이 승리 선언을 하면서(6.5) 유럽 전역에서 종전이 이루어졌다. 2차 대전 말기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항복 선언에 이어 9월 2일 미국 미주리함 선상에서 일본 대표가 미국이 제시한 항복 문서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인 종전이 이루어졌다. 종전선언의 대표적 사례는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1978.9.17)이다. 당시 미국 카터 대통령은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하였다. 양측은 카터의 중재에 따라 종전을 선언하고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에 평화조약이 조인(1979.3.26)되었다. 1982년 4월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 반도 지역의 이집트 반환이 완료되어 합의사항이 실현되었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종전이 아니고 잠시 전쟁을 중단하는 휴전협정이 전쟁 당사자인 미국, 북한 및 중국 간에 체결되었다. 남한은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휴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후 65년의 세월이 흘렸다. 그동안 한반도에는 북한의 도발로 다시 전쟁의 위기가 몇 차례 있었다. 특히 지난 1970년대 초에는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을 압도함으로써 북한의 대남 위협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전쟁 억지력으로 한반도에는 제도화되지 않은 평화가 유지되었다. 


지난 2006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남북한과 미국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종전선언문에 공동으로 서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정전협정은 교전을 잠정 중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쟁 상태의 실질적인 종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종전선언 뒤 평화협정을 순차적으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기적으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종전선언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6차례의 실험이 진행되는 등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종전선언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2018년 들어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등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강조하였다. 특히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하였다. 왜 북한은 갑자기 2018년 들어 종전선언을 강하게 주장하는가? 남북한 및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우선 북한은 금년들어 총력적으로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 김용국 소장은 9월초 노동신문에 게재한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는 기고문에서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선언부터 채택하여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여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관 짓는 한국사회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까지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1항을 제시하며 종전선언을 주장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하여 핵실험 이후 자신들을 압박하는 각종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하여 동북아의 정상국가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남한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7일 인도네시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들 간의 합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게 목표”라고 언급하여 연말까지 종전선언을 실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시작되어 진전을 보여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핵화의 ABC 조치인 핵과 핵물질 및 시설의 신고, 사찰 및 검증이 있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가뜩이나 비핵화에 소극적인 북한이 종전선언이 되어 각종 제재와 압박이 약해지면 더욱 비핵화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7월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북한은 미국의 요구가 강도 같다(gangster like)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절하여 비핵화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CVID(완전하게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 사이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불신으로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내심 의도하는 비핵화의 속도와 의지다. 비핵화 과정을 살라미(salami) 전술로 잘게 썰어 제시하며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면 미국의 대응은 지연될 것이다. 양측이 실무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신뢰를 형성하면서 적당한 등가 및 비례적 카드로 맞교환한다면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1차 퍼즐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결국 10월 중으로 예상되는 2차 트럼프·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에서 윤곽을 디자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실의 계절인 10월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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