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제도는 2009년에 도입되어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고 있다. 종래 우리나라에서 법조인이 되는 길은 사법시험이었다. 사법시험은 1963년부터 시행되어(그 이전에는 조선변호사시험 또는 고등고시 사법과가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 2001년부터는 연간 약 1천명의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여론과 학계 등에서 사법시험의 폐단 등을 지적하면서 미국식의 로스쿨 제도 도입을 주장해 오다가 드디어 2009년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다. 전국 25개 대학에 3년제 대학원 과정의 로스쿨이 설치되었는데(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은 2017년까지 법과대학을 폐지하였다) 각 로스쿨의 정원은 40명에서 150명까지이고 전국 로스쿨의 총 정원은 2천명이다. 로스쿨 졸업생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데, 2012년 1월에 제1회 변호사시험이 시행된 이래 최근까지 8차례 변호사시험이 시행되었다.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사법시험이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제도였다면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라는 점을 모토로 내세웠다. 법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자들을 로스쿨로 받아들여 각자의 전공에 법학을 접목하여 각 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이 로스쿨의 목표이자 장점이라고 내세웠다. 그간 지적되어오던 고시낭인 문제도 로스쿨 제도를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몇 가지 새로운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첫 번째는 낮은 합격률과 대학 간 격차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로스쿨 총 정원의 75%(1,500명) 정도라고 정해져 있다.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는 응시자의 87%가 합격하였지만 이후 변호사시험에는 그 이전 낙방자들이 대부분 응시하기 때문에 매년 합격률이 낮아져 최근에는 응시자의 50% 내외만이 합격한다. 그나마 각 대학의 합격률은 큰 차이를 보여 응시자의 80%가 합격한 대학이 있는 반면 28%만 합격한 대학도 있다. 합격률이 낮은 대학은 대부분 지방 대학인데 향후 입학생 모집에서 더욱더 곤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것은 로스쿨 제도의 문제가 아니고 쉽게 해결할 수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두 번째는 변호사시험 낙방자들의 누적이다. 당해 연도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그나마 합격률이 높고 재시, 삼시 갈수록 합격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매년 2천명이 로스쿨에 입학하지만 결국 그 중 1,500명 정도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므로 매년 5백명 가량은 수년간의 시간과 노력,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게 된다. 로스쿨 졸업장과 쌓은 법률실격이 그들의 향후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과거 사법시험 낙방자들은 오히려 ‘법률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많이 받았고(사법시험 합격률이 워낙 낮으므로) 일반 기업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변호사시험 낙방자들은 그러한 예비적 출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법학교육 연한의 단축과 학문후속세대 단절이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에는 법학과 학생 중 일부는 사법시험으로, 일부는 학문의 길로(더러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학문의 길로), 일부는 취업으로 진로를 선택하였고, 학문의 길을 선택한 학생은 석·박사과정을 거쳐 교수, 즉 학문후속세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되면서 그 법학과는 폐지되었다. 따라서 법학교육은 비(非)로스쿨 대학의 법학과에서 공부하여 비로스쿨의 대학원 또는 로스쿨 과정을 밟는 경우와 비(非)법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에서 법학을 배운 후 박사과정 또는 실무를 통해 법학을 더 공부하는 경우로 양분될 수 있다. 그런데 비로스쿨 대학의 법학과는 초급 실무자 양성 또는 일반 취업을 주된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학문후속세대가 양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또 비법학 전공자는 로스쿨 과정부터 법학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수업연한이 너무 짧고 법학 전 과목을 공부하여야 하기 때문에 교수요원이 될 정도로 특정 법학분야를 깊이 공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대륙법 계통에 속하는데, 영미법보다 수학(修學)에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법학 전공자가 일반대학원에 진학하여 석ㆍ박사과정에 교수요원이 될 정도로 법학을 공부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을 교수요원으로 선발할 수도 있지만 실무적 능력과 학문적 깊이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학문후속세대 양성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법시험 제도로 돌아가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로스쿨에도 장점이 많고 사법시험 제도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처사이다. 필자는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다음 2가지를 들고 싶다. 먼저 로스쿨 개설과 함께 폐지된 법학대학의 부활이다. 학부에서부터 법학 공부를 시작하여야 로스쿨이나 일반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학문후속세대, 즉 교수요원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규모를 이전보다 크게 줄여서라도 로스쿨 대학의 법학과를 부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입학전형의 개선이다. 지금은 각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을 중요 지표로 하되 법학실력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대륙법 계통인 우리나라 법학(실무적 연습까지 포함하여)을 로스쿨과정 3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학습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여도 4-5년은 걸릴 과정이다(실제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1년 정도 휴학을 한다). 따라서 기초법학은 로스쿨 입학 전에 공부하고, 로스쿨에서는 심화, 응용, 실무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준향상 뿐만 아니라 학문후속세대 양성 모두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학전형에 기초법학 시험이 들어가야 하고, 비법학 전공자에게는 일정 쿼터를 배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형평성을 도모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