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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논농사, 안지어도 짓는다?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뜻을 반영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달 1일 한 언론사에서 농업인들을 위한 직불금 제도를 고위공직자, 공무원들이 악용했다는 내용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쌀 직불금 문제가 제기됐다.

쌀 직불금 제도는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해 지난 2005년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벼농사 종사자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제도이다.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약 17만여 명의 비 농업인들이 2006년 전체 직불금 예산의 10%인 1천6백8십3억 원을 불법으로 수령했다. 이후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이 4만 명이 넘는다는 감사원 자료가 추가로 공개됐다. 직불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차관 임명 전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대해 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달 20일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이 자신의 대표로 뽑은 정치인들과 국민에 의해 선출, 임용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직불금을 받은 것은 공직사회가 얼마나 불법과 탈법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해이해졌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각 정부들은 정책결정과정에서 항상 농업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또한 농민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던 공무원들이 이제 와서 스스로 벼농사를 짓는다며 직불금을 받는 모습은 추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는 못할망정 아흔아홉 섬을 가진 고위공직자들이 농민들이 가진 한 섬 마저 빼앗아 가려는 형국이니 그저 황당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특위가 국민들의 의혹을 얼마만큼 해소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전·현직 정권 모두 면죄부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회와 협력해 직불금 불법수령 인원과 금액을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쌀 직불금이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유사 사태 재발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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