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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계명人] 세계 최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된 고병철 교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인공지능 개발에 힘쓸 것

 

대구권 대학 내 연구 세미나 진행, AI 학술대회 개최 등 지역 인공지능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

 

지난해 12월, 고병철(컴퓨터공학) 교수가 과학, 의학 분야 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명단에 선정됐다. 이어 지난 2월 28일 지역 인공지능 학문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표창을 수상했다. 이에 고병철 교수를 만나 연구 내용 및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들어 보았다.

 

●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선정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 성과는 저와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연구실 학생들이 함께 노력해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밤까지 연구에 집중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결과물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들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학과 동료 교수님들, 연구 환경 조성 등을 지원해 준 우리학교에도 감사드립니다.

 

● 주 연구 분야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해주세요.

제가 연구하는 주 분야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l)’ 모델입니다.

XAI는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기존 인공지능의 대표적 알고리즘인 심층신경망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자 개발됐습니다.

심층신경망은 사물 인식과 생체인식 등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를 보였는지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사용자가 이해하기 더 쉬우면서 적은 자원으로 심층신경망과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XAI를 기반하여 새로운 의사결정 신경망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 연구자로서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땐 언제인가요?

제 연구가 콘퍼런스에 채택되거나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때 제 노력이 인정받은 거 같아 뿌듯합니다. 최근 자취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토킹이나 주거 침입 범죄가 사회적으로 크게 다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침입 감지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이 기술은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침입자가 발생했을 때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연구 발표 이후 상용화되어 시중에 판매되는 걸 봤는데, 제 연구가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2005년도 우리학교에 처음 와서 진행한 화재 감지 시스템 연구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서문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막대한 피해를 남긴 이유는 화재 감지를 위한 센서들이 오작동해 초기 화재를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메라를 이용한 화재 감지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야는 당시에 주목받지 못한 기술이라 관련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료를 받기 위해 튀르키예까지 가서 학습 데이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저의 첫 화재 관련 연구논문에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도전과 그 속에서의 과정이 녹아들어 있어 늘 기억에 남습니다.

 

● 연구자로서 갖는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 벗어나 창의적인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찾아보자”는 것이 저의 가치관입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면, 실패하더라도 그 결과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는 창의적인 사고에서 나온 해결책을 통해서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 훌륭한 연구자는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나요?

훌륭한 연구자는 연구 결과를 통해 인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입니다. 성공을 위해 학문적 성과만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힘쓰는 사람이 진정한 연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구자가 되려면 연구에 임할 때 연구가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본받고 싶은 연구자가 있나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제프리 힌턴입니다. 우선 이분은 인공지능 학문 분야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주로 활동한 시기인 1980년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연구를 부흥시켜 오늘날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이 되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제프리 힌턴의 도전 정신과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이 존경스럽고 그분을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공지능은 인간과 협력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을 위한 기술인만큼,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후 변화나 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기술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향후 도전해 볼 인공지능 관련 연구는 무엇인가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2D 사진을 고품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생성해 주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계획 중입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마법사들이 보는 신문 사진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생생하게 움직이는데, 그것과 비슷합니다. 한 장의 사진을 올리기만 하면 고품질의 생동감 있는 사진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를 위해서는 AI에 사실감 있는 텍스처 매핑과 3D 객체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 대구 인공지능 연구자 포럼 초대 의장으로서 갖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구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국내 인공지능 연구는 주로 수도권에서 진행 및 발전 되어오고 있었습니다. 대구 지역에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수도권으로 떠났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 인공지능 연구가 발전하기에 기반이 약하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대구권 여러 대학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세미나를 열거나, Al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활동을 통해 대구 지역이 인공지능 기술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잔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어 학술제나 세미나에 자주 참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가공된 2차 정보를 접하는 것보다 전문가 그룹이 활동하는 곳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더 신속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연구자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아지므로 꼭 부지런히 참가하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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