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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들에게 전해진 한국 시조의 흥취

워싱턴대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시조 낭송 및 강연 진행한 이종문 교수

 

지난 3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에서 시조와 판소리 등 한국의 문화와 문학작품을 미국 학생 및 교민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끄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했으며 워싱턴대 동아시아 연구 프로그램, 게이트웨이 한국재단 등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의 시조 시인이자 교육자인 이종문(한문교육) 교수는 주최즉의 초청을 받아 강연자로 참석하여 워싱턴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교민들을 대상으로 우리 시조를 낭송하고, 시조문학의 장르적 특징 등에 대해 강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종문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면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창작활동에 힘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학자, 교육자, 창작자로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 미국에서의 일과 우리 시조의 세계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조 짓기 운동’

 

현재 미국에서는 시조 짓기 운동이 일고 있다. 이 운동은 데이비드 맥켄(하버드대·동아시아 언어문화학·명예교수)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주도의 ‘영어시조 짓기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맥켄 교수는 196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2년간 교편을 잡은 것을 계기로 시조에 매료된 후, 본국으로 돌아가 우리 시조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종문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맥켄 교수와 함께 강연을 진행했으며, 중국의 근체시, 일본의 하이쿠와 비교하여 한국의 시조가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등에 대한 부분을 맡아 강연했다.

 

이종문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매우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요. 학생들은 한국어를 사용해 시조를 지었고,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영어로 구상하여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영어로 음절수를 맞춰 시조를 지었습니다.”라며 “우리 시조에 관심 있는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 저의 강연에 귀 기울이고, 열심히 시조를 짓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라고 강연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국의 한인동포들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미국사회에 알리고자 2004년 설립한 ‘세종문화회’는 2008년부터 맥켄 교수의 영어시조 짓기 운동을 확대해 ‘세종작문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종문 교수는 “대회가 시작된 2008년의 출품작 수가 1백50편이었던 것에서 작년에 치러진 대회에는 1천편 이상의 작품이 출품되었을 정도로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시조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시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고려 말의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의 고향인 경상북도 영천에서 어린 날을 보낸 그는 “정몽주 선생을 모신 임고서원(臨皐書院) 앞의 거대하고도 우람한 은행나무 밑에서 수시로 소꿉장난을 치며 놀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에게 문학적인 감흥을 불러일으켰던 최초의 작품도 바로 포은선생의 「단심가(丹心歌)」였죠.”라고 말하며 “단심가가 갖고 있는 율동적 흥취에 매료되어 어린 시절부터 이를 일상적으로 듣고 노래하며 놀았던 것이 시조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3·4·3·4, 3·5·4·3 등 시조의 음수율이 지니고 있는 멋진 가락이 마음에 남기는 커다란 울림이 있습니다.” “자유시와 달리 시조는 정형율을 토대로 하고 있어 운율을 중요시 하는 ‘시’라는 장르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 우리시조의 세계화를 위하여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영어 시간에 일본의 전통시가 형태인 하이쿠(俳句)의 음절수에 맞춰 짧은 글짓기 연습을 많이 한다. 이를 ‘영어하이쿠(English Haiku)’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일찍부터 영어로 하이쿠 짓는 법을 널리 소개해왔다. 그 결과 ‘영어하이쿠’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영어권에 정착하였다. 이종문 교수는 “하이쿠와 비교해서 뒤지는 것 하나 없는 우리 시조가 하이쿠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속된 말로 일본의 문화를 ‘변비문화’, 한국의 문화는 ‘설사문화’라고도 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양국의 자세를 두고 하는 말인데요. 일본의 하이쿠를 예로 들 경우 하이쿠는 자국민들의 큰 관심을 바탕으로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설 자리를 잃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세계로 널리 퍼지기까지 했습니다.”며 “이에 반해 한국의 시조는 일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문단에서조차 자유시에 밀려 각광받지 못하는 장르로 남았습니다.”라고 현대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시조문학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는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저는 요즘 일연의 『삼국유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흔히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과 일연을 비교하여 일연의 주체적 사관을 칭찬하고, 김부식의 사대주의적 사관을 비판하곤 합니다.”라고 말하며, “무분별한 세계화 가운데 있는 우리는 일연과 김부식 중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때입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985년 9월에 한문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한문교육과 2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인생의 대부분을 계명대학교와 함께한 그는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에 두고 있다. “캠퍼스에서 보낸 30여년이 매일, 매순간 행복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아름다운 교정을 산책하며 사람과 자연 속에서 시적 영감을 얻을 때도 많았고, 제자들과의 좋은 추억을 쌓으며 대부분의 나날들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라고 교직생활을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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