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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제18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근정포장 수상, 백순현 교수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2016 제18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이 지난 2016년 11월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학교 백순현(디자인학부·산업디자인전공·대외협력처장) 교수가 디자인공로 부문 산업포장인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백순현 교수는 지난 2000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첫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한 이후 2005년 국무총리표창, 2009년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나 스스로 삶을 되돌아본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온 산업디자인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굉장히 영광스럽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의 초기 산업디자인을 이끈 백순현 교수. 그가 산업디자이너로서 걸어온 길들을 들어보았다.

산업디자인 세계로의 이끌림
백순현 교수는 1981년 우리학교 미술계열(당시 우리학교는 계열별 모집전형으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세부전공을 결정했다)로 입학했다. 하지만 군 제대 이후 계열별모집 전형에서 학과모집전형으로 모집방식이 바뀌며 급히 학과를 정해야만 했다. 그런 그를 산업디자인의 세계로 이끈 것은 군 복무시절 우연히 본 지상파 방송의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던 시점, 산업디자인의 앞으로의 패러다임을 설명한 이 영상은 한 청년을 산업디자인에 몸담게 만들었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초반에는 원래 준비했던 순수미술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방황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고, 점차 인정을 받게 되며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고, 산업디자인의 매력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지역 첫 디자인 벤처기업의 탄생에 앞장
1998년, 김대중 정부는 벤처성장형 정책을 통해 벤처확인제도 등을 도입하며 우리나라의 벤처붐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대구는 디자인에 대한 지역기업의 부족한 인식 및 관련 디자인업체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산업디자인의 불모지로 자리해 있었다. 그래픽·광고디자인 분야는 활성화가 되어있음에도 제품·산업디자인 분야의 활동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백순현 교수는 이런 배경 속에서 산업디자인 전문기업인 ㈜엔에스디자인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NUC전자의 대표상품인 녹즙기, 요구르트 제조기 등을 디자인함으로써 지역기업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펼쳤다. 이렇듯 지역 최초로 디자인 벤처기업을 설립해 지역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태극문양에 우리나라를 담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선수들의 목에 걸린 그들의 땀과 노력. 바로 백순현 교수가 디자인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공식 메달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디자인적인 우수성과 숨은 의미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태극문양을 기본 형태로 잡고 건·곤·감·리, 대구의 팔공산 능선을 표현하는 등 그 역동성과 상징성까지 더했다. 그는 “메달을 디자인하는데 태극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려고 노력했다. 태극의 라인을 활용한 디자인은 많지만, ‘건·곤·감·리’가 들어간 디자인은 적지 않느냐.”며 “우리 태극의 의미를 모두 담은 메달이 선정되어 보람을 느꼈고, 내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감성과 이성을 융합하는 직업
백순현 교수는 산업디자이너란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을 제품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산업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가장 큰 차이는 공급자와 사용자 간 밀접한 소통구조의 유무이다. 오롯이 작가(공급자)의 가치관과 미술기법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순수미술과는 달리, 산업디자인은 공급자가 끊임없이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제품을 구상하고 제작해야 한다. 백순현 교수는 이러한 산업디자이너의 역할을 ‘배려’와 나눔‘의 키워드로 표현했다. “산업디자인에서 배려는 제품디자인의 성격 즉 인간에 대한 삶의 편리함, 나눔은 공동의 개념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디자이너는 자기중심적인 디자인,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 속 아이디어를 얻는 법
IT 융·복합형 혈당측정기, 녹즙기, 재활용 휴지통 등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디자인작업, 그는 어떻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걸까. “과거에는 TV CF가 주는 연상작용이 아이디어를 내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어요. 시각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춘 광고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그것을 관찰하며 제품의 사용상 불편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광고는 과거와 달리,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이에 백순현 교수는 “TV나 영화를 보며 느낀 인간의 감성을 제품에 녹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혜안을 길러야 합니다. 또한 산업디자이너는 고집이나 우유부단함이 있어서는 안 되며 열린 자세로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많은 소통을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사업체에서의 근무, 창업자로서의 활동, 교수로서의 교육활동 등 백순현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산업디자인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앞으로 내가 얻은 지식들과 경험을 제자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라며 배려와 나눔의 자세를 바탕으로 후학양성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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