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행소박물관에서 ‘근원 김양동 기증작품전’을 열어 전각 그림, 글씨 등 총 37점의 작품을 우리학교에 기증한 근원 김양동 석좌교수를 만나 기증전을 갖게 된 계기와 서예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 국문과 한문을 공부하시다가 예술작품을 만드시는 서예가가 되셨는데, 그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정신 수련 교양의 하나로 20대부터 서예를 연마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교사를 하면서, 전공도 뒷받침하고 동시에 인격 수양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서예를 생각하고 붓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때마침 원광대학교에서 서예과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원광대학교에 가서 서예과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내의 고향인 대구에 소재한 계명대학교로 학교를 옮겼고, 이곳에서 오랜 기간 서예를 하며 전각과 서예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서예는 엄청난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중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교수님만의 방법이 있으신지요?
전 대학에 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저만의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저만의 방법은 시작부터 글씨를 쓰기보다는 서예 최고의 무기인 붓을 먼저 정복하는 것입니다. 붓을 겁내지 않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도록, 먹을 듬뿍 찍은 붓을 먹이 다할 때까지 종이에 선을 과감하게 그어보는 것이지요. 이 과정 중에 붓이 갈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를 끌어모아 가며 다시 쓰는 연습을 하면, 붓을 내 맘대로 조리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됩니다. 그럼 그때부터 글씨를 써도 떨리거나 마음이 쫄아들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이걸 많이 연습시킵니다.
●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빛살무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빛살무늬’는 한국 미학의 원형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칠 때는 신석기 시대의 토기와 관련해 ‘빗살무늬 토기’라 배우지만, 여기서 나오는 빗은 머리 빗는 ‘빗’이지 우리 미학의 원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 미학의 원형인 빛살무늬를 표방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빗살무늬토기를 엎어 놓고, 그림자를 지게 하면 별표 모양의 그림이 나오게 됩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면, 우리는 태양의 아들이고, 하늘의 자손임을 의미합니다. 이건 우리민족이 가지는 정서이자 정체성인데, 이것으로 우리는 스스로 천손족이라 여깁니다. 동명성왕 설화에도 태양의 아들이라는 얘기가 있죠. 그런 설화만 보아도 태양의 빛에서 나오는 그 빛살이 우리 미학의 원형이라는 것입니다.
● 퇴임하신 학교에 기증전시회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이번에 기증전시회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저의 삶의 흔적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올해 저는 나이로는 팔순을 맞고, 결혼한 지는 50주년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10년을 더 살아 90세까지 살고 싶지만, 그건 제 바람이고, 이제부턴 저의 삶을 정리해야죠.'
그래서 이번 기증전시회를 통해, 저의 흔적인 작품을 몇십 점이라도 한 곳에 봉납하고 싶었습니다. 보통 개인전을 열면, 사람들이 작품을 사가시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작품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를 한곳에 모으고 싶은데, 저는 개인 미술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존경하는 총장님도 계시고,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지냈던 학교에 작품을 기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지요.
● 이번 전시 외에 다른 전시회나 계획하고 계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이번에는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지는 작품이었지만, 다음에는 순수서예 작품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의 작품이 수십 점 이렇게 쌓여서, 김양동 예술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번 전시회를 한 단어로 표현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회는 ‘빛살무늬’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미의 원형인 빛살에 대해 탐색과 고찰도 해보시고, 민족 생명의 근원인 태양의 빛살에 대해 생각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