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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분노의 '도가니'

대한민국은 현재 광주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실제 성폭행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 ‘도가니’로 인해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미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지 6년이나 지난 사건이 왜 이토록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정신지체나 청각장애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진 자의 위신과 억압이 과거에나 현재에도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끔찍한 사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며, 우리가 소속돼 있는 사회의 치부이자 현주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도가니’란 영화가 없었다면 우리가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졌을까?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하며,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은 벌써 수년째 진행돼 왔다. 처음 광주인화학교의 참상을 보도한 MBC 과 2009년에 발간된 공지영 작가의 소설,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의 투쟁 역시 계속 있었다.

그 동안 우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할 국가마저 영화에서처럼 장애인들의 시위를 불법시위로 단정 짓고 진압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이전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단순히 ‘불쌍하다’란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약 6년 전에 발생한 사건임에도 지금에서야 관심을 가졌다는 미안함과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범죄가 학교에서 그것도 교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 ‘도가니’에서 봤듯이 청각·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특히 주변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광주인화학교의 사건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람들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며, 3년이 넘는 투쟁과 고난의 시간을 단 2시간만으로 표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의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쉽게 뜨거워지고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소유했는가 여실히 드러난다. 광주인화학교의 경우 음지에 묻혀 있던 사건이 영화 ‘도가니’를 통해 운 좋게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이같이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며, 아직까지 음지 속에 숨겨진 진실은 우리의 분노가 얼마나 늦었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오늘도 우리주변의 힘없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닌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줄 관심이다. 언제까지나 그들의 고통에 대해 분노하는 것만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 때마다 제2의 도가니와 같은 영화를 매번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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