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4.6℃
  • 흐림강릉 23.3℃
  • 흐림서울 25.7℃
  • 구름많음대전 26.4℃
  • 박무대구 28.2℃
  • 맑음울산 28.7℃
  • 맑음광주 29.1℃
  • 맑음부산 30.6℃
  • 맑음고창 29.1℃
  • 맑음제주 30.0℃
  • 흐림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5.3℃
  • 구름많음금산 26.5℃
  • 맑음강진군 27.7℃
  • 구름조금경주시 28.9℃
  • 맑음거제 28.2℃
기상청 제공

[기자칼럼] 부끄럽지만 전해야 할 진심

친구의 권유에 우연히 영화 ‘애자’를 봤다. 스물아홉 ‘애자’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여자이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리며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고 상경했지만 바람둥이 남자친구, 산더미 같은 빚만 남은 스물아홉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답답한 상황에서도 어쩌면 막무가내로 보일정도로 당당한 ‘애자’가 무서워하는 한 가지는 엄마이다.

늘 오빠만 챙기는 엄마 대신 가족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던 애자는 상상도 못했던 이별통보, 엄마의 죽음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영화 ‘애자’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것은 힘들어도 막무가내로 무조건 당당했던 한 여자가 결국엔 엄마의 사랑을 원하는 평범한 여자였던 것이 밝혀져서도, 누구나 눈물을 흘릴만한 ‘엄마의 죽음’이라는 소재 때문도 아니었다.

바람둥이 남자친구 앞에서도 당당한 애자가 엄마 앞에서는 늘 진심을 삼키는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딸인 애자는 엄마의 암 재발 앞에서도 괜찮으시냐는 말 한마디가 쑥스러워서 늘 뒤에서만 걱정하고 안도한다. 눈앞에서 점점 죽어가는 엄마를 보면서도 애자는 따뜻한 말 한 마디 못하고 엄마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부정하기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엄마의 죽음에서 애자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서 비로소 솔직한 자식이 되어 안가면 안 되냐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 애자에게 엄마는 따뜻한 포옹으로 말을 대신한다.

우리는 타인보다 가족에게 더 불친절할 때가 많다. 친구의 상처는 격려하고 안아주고 보듬어주려고 노력하지만 가족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진실을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상처주고 짜증내며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 편하겠다는 편리한 이기주의였을지 모른다.

올해 5월,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0년 동안 사랑하고 또 미워한 할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은 결국 아쉬움과 안타까움, 미안함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주일 전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렸다.

그때 전해야 했던 ‘사랑해요, 미안해요’라는 말은 왠지 낯간지럽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다음 기회는 없었다. 조용한 진심은 소중하다. 다음번을 기약하며 전하지 못한 진심들은 결국 후회로 쌓여 우리를 덮칠 것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쓴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는 언젠가 우리가 맞이해야 할 후회와 아픔을 덜어줄 마지막 위로가 될 것이다. 오늘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말해야겠다. ‘사랑해요’라고.

관련기사





[기자칼럼] 렉카유튜버, 혐오가 돈이 되는 세상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고, 양방향 소통 매체인 유튜브가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유튜버’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클릭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소위 ‘렉카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렉카유튜버’는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나 사건 등을 영상화하여, 해당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유튜버다. 과거엔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이슈유튜버로 정의됐지만, 사건에 대해 모욕과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난폭운전으로 사고 현장에 달려오는 렉카(사설 견인차)와 비슷해 렉카유튜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타인의 이슈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전달해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라도 단독으로 내용을 전달하면, 유튜버의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가 증가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기기도 하는 등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기로 고액을 후원하는 시청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