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싱그러운 초록색이 스며든 것처럼 우리 계명인들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 온 모양이다. 캠퍼스를 거니는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연애의 감정이 항상 봄 같을 수는 없는 법. 드라마 속의 연인들이 공공연하게 거리에서 서로의 뺨을 때리고, 곧이어 ‘미안하다’며 안아주는 장면은 너무나 자주 봐왔던 터라 어색하지 않은 광경. 하지만 분명 이것은 무시무시함이 감춰진 ‘데이트 폭력’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데이트 폭력, 그냥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당신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 데이트 폭력이란?

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일컫는 말.

대구 여성의 전화에 의하면 한 달에 5~6건의 데이트 폭력에 관한 전화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가해자와의 사적인 관계로 인해 법적인 처벌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10대와 20대의 경우 데이트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

● 데이트 폭력의 원인

데이트 폭력은 주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의심이 폭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힘에 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쉽게 폭력을 쓰게 된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의 원인이 의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폭력의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시켜 버리는 경우, 집안에서의 폭력을 보고 자란 경우, 상대방을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 악순환의 연속

데이트 폭력은 이성들 간의 교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는 창피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꺼려하게 된다. 오히려 가해자가 더욱 큰소리를 높일 수 있는 범죄행위가 바로 데이트 폭력인 것이다. 또한 보복, 협박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서 탈출하거나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처음에는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아 대부분의 가해자가 그렇게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폭력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하여 자행될 시에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의 네가지 유형과 대처법

1. 습관이란 무서운 것 - 스톡홀름 진화형

배려심이 깊고 친절한 사람이었던 남자친구.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친구는 변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했고, 어쩌다 전화를 못 받거나 문자가 늦어지면 말다툼으로 이어져 폭력까지 휘둘렀다.

그의 구속이 심해지면서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마저 연락이 뜸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치료도 받으러 다닌다. 남자친구가 바뀌길 원해 같이 상담치료를 받자고 권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 남자친구와 상담을 통해 치료 받는 것이 최선이지만 남자친구가 거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재 남자친구는 모든 행동에 관여하려하고 앞으로도 구속하려 들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스톡홀름 콤플렉스’에 의해 구속에 익숙해지며 남자친구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직 남자친구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치료와 검사를 요구해야 하며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면 남자친구를 신고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2. 치사하고 궁상떠는 - 자격지심형

남자친구는 학벌도 집안도 별로여서 부모님 얘기나 학벌 얘기가 나오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이해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남자친구의 말소리가 커지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말다툼이 커질 땐 입에 담기 힘든 욕도 서슴없이 하게 됐다. 어떤 때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 데이트 폭력은 꼭 물질적인, 신체적인 폭력만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정신적 폭력 역시 데이트 폭력이다. 우선 신체적인 폭력이 행해지기 전인 지금 남자친구와 진솔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 여자에게 자격지심을 가지는 남자는 결국 폭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으니 늦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존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남자친구의 심리에 좋다.

3. 의지박약한 애정결핍형

입대한 후 변해가는 남자친구. 같이 있을 시간도 없어지고 볼 시간도 없어지니 당연히 집착이 생기기 마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는 애정을 넘어 자꾸 간섭을 하려 든다. 행여 바람이나 피는 건 아닌가 싶어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친구에게 더 이상 애정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휴가 온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말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그 일을 계기로 헤어지기로 굳게 다짐했지만 남자친구가 잘못했다며 빌자 마음이 약해져 용서하였다. 다시 원래의 남자친구로 돌아간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폭력을 행사하며 협박까지 일삼는 남자친구를 떠나 신고라도 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 제대하면 달라질까 하고 기대하며 무력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신고를 해서라도 남자친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

군에 입대한 특수한 상황이 폭력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땐 안쓰러운 감정으로 인한 연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남자친구를 더 이상 용서하기 보다는 폭력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앞으로 계속 여자친구와 만나기를 원한다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4. 여자의 변신은 무죄?! 남자는? - 변신유죄형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술을 마시게 되면 180도 변하고 말투와 행동이 거칠어지는 남자친구.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길에서 손을 잡는 것마저 수줍어하던 그이지만 술에 취하면 과감하다 싶은 스킨십마저 서슴지 않는다. 가끔 무리하다 싶은 스킨십을 요구하면 거절하고 싶지만 항상 남자친구 말을 들어주게 된다. 연인사이의 스킨십은 민감한 부분이라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도 어색하고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남자친구가 진심으로 여자친구를 좋아한다면, 여자친구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는 소심하지만 술을 마셨을 때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자칫하면 술을 핑계로 음주 이후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남자친구가 스킨십을 요구할 시 스스로의 의견을 강하게 내비칠 필요가 있다. 싫은 건 싫다고 할 수 있어야만 앞으로 사이가 악화되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킨십을 거부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주신분: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 조경애 상담원, 대구 여성의 전화 조윤숙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