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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대구 벽화 기행기

평범한 담장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 서울 종로동 이화마을 등 낙후된 주거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조성된 벽화마을들이 관강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하나의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에도 이들 못지않게 훌륭한 벽화마을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숨어있는 대구의 벽화마을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사진기 하나 메고 대구 구석구석 마을 위에 그려진 벽화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러 출발해보자.
어둡던 골목이 환한 감성벽화마을이 되다
‘수성구 에움아리길’
대구 지하철 2호선 만촌역에서 버스를 갈아타 청구시장 정류장에 내리면 만촌 1동 국채보상로 207길에 위치하고 있는 에움아리길을 만날 수 있다. 에움아리길이라는 이름은 세상과는 떨어진 듯 아늑하고 조용한 길 위에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해피타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벽화마을이다. 해피타운 프로젝트란, 노후화된 주택지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저층주택지에 도로 공사, 벽화 디자인 등을 재생하고 아파트 못지않은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현재 만촌 1·2동, 범어 2동, 상동에 사업이 시행·완료된 상태이다.
대구 수성구청 유정주(도시디자인과·주무관) 선생은 “사업을 시행한 마을들은 우범지역화되고 주민들이 많이 떠나갔던 마을들입니다. 이런 마을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나니 마을이 깨끗하고 안전해져 마을 자체가 자생력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벽화를 통해 밝고 아늑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것만큼 주민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2014년에 종료된 해피타운 프로젝트는 주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수성명품단독주택지조성사업으로 확대·시행될 예정이다.
폐선된 대구선의 새로운 얼굴
‘동구 옹기종기 행복마을’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동촌역 1번 출구로 내려 동촌동 주민센터 뒤쪽으로 걷다 보면 제2입석교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가면 동구 입석동 입석길 932번지에 위치한 옹기종기 행복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마을 주민의 60% 이상이 노인으로 이루어진 옹기종기 행복마을은 예전 대구선 철길이 마을 중간을 가로지르고, 바로 인근에 K2 비행장이 있어 소음 피해가 발생하는 등 동네의 슬럼화가 심했다.
동구청은 이 마을의 개발필요성을 인식하고 주민간의 화합의 장 조성, 녹화공간 쉼터 제공 등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촌동 행복로드 마을 조성’ 사업을 2013년부터 2년간 진행했다. 사업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뜻을 모아 집 앞에 화분을 내놓기도 하고 동네를 자발적으로 가꾸는 등 협조를 하며 행복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벽화들과 알록달록하게 칠한 화분이 ‘옹기종기 행복마을’이라는 이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과반수가 노인이기 때문에 주로 파스텔 톤의 색감을 사용해 밝은 느낌을 더했다. 70~80년대 이 지역에 살던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림, 그 당시의 풍경을 그리는 등 노면과 골목에 옛 정취를 느끼게 할 만한 벽화를 그렸다. 썰렁했던 동네는 행복로드 사업 후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마을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대구선이 다녔던 길목 위에 통일감과 입체감을 드러나게 한 철로 그림을 그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폐선된 대구선 주변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원과 주민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행복마을 조성이 완료된 뒤 노인 인구가 많아 적막했던 동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벽화를 구경하러 온 외부인들이 늘면서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며 입을 모아 긍정적인 효과를 말한다.
대구 동구청 이병희(환경자원과·주무관) 선생은 “옹기종기 행복마을이 주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될 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많이 찾는 대구의 관광명소가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주민들 간의 사랑과 행복이 돈독한 마을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며 바람을 전했다.
두 마리 말의 슬픈 전설
마비정 벽화마을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정승과 ‘마비정 벽화마을’이라고 쓰여진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띈다. 그 곳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마비정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대구 달성군 본리 2리에 조성되어 대구 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벽화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다.
마비정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비무’라는 이름을 가진 천리마(千里馬)의 안타까운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어느 장수가 전쟁을 앞둔 시기에 비무라는 천리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을 찾았다. 약초를 구하러간 비무를 대신해 장군은 비무의 아내 백희에게 “천리마는 화살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 들었으니 화살보다 빨리 달려보아라, 화살보다 늦는다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화살을 쏘았다. 백희는 장군이 쏜 화살이 날아간 곳으로 달렸는데, 안타깝게도 화살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를 본 장수는 백희를 칼로 베어 죽였다. 집에 돌아온 비무는 백희를 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이 두 마리 말의 이야기를 불쌍히 여겨 ‘마비정’이라는 정자를 세워 그 넋을 위로했다.
2012년 향토벽화 작가인 이재도 작가가 달성군 김문오 군수의 요청에 응해 마을 입구에 벽화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벽화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호응을 얻자 마을 한 부분에서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 이재도 작가가 혼자 1년에 걸쳐서 작업해 그린 벽화들이기 때문에 각 벽화 속에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고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 마비정 벽화마을 그림들의 특징이다.
마비정 벽화마을의 벽화그림은 마을 각 집 외벽의 특성을 살려 그림을 그려내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화그림은 주로 초가집이 있던 예전 농촌마을의 풍경을 담아낸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에게는 정겨운 그 옛날 고향의 향기를, 신세대들에게는 부모님 세대의 기억의 흔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준다. 마비정 벽화마을에는 곳곳마다 그림뿐만 아니라 시나 시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도 마련되어 있어 관광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옻나무나 마을 사람들이 예전에 사용했던 우물, 거북 모양을 쏙 빼닮은 거북바위 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재미
‘99계단 벽화마을’
대구 남구 이천동 주민센터에서 고미술 거리로 가는 길목으로 천천히 걸어가면 삭막한 주변 풍경과는 비교적으로 밝고 산뜻한 느낌의 골목이 보인다. 마을 입구로 발을 들여다 놓으면 골목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운 벽화그림이 이곳을 찾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99칸의 계단이 마을에 있어 99계단 벽화마을이라 불리고 있는 곳이다.
약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노후된 주택이 밀집된 낙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더 이상 주민들에게 어둡고 삭막한 공간이 아니다. 99계단 벽화마을 조성은 지난 2013년부터 구상된 ‘이천동 2천배 행복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한 부분으로 시작되었다. 벽화마을 조성은 대구고 미술반 샤프론 학부모 봉사단, 대구고등학교와 송현여자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 등 주변 학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99계단 벽화마을의 벽화들은 테마를 정형화하여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다. 붓과 페인트 등의 재료비와 그릴만한 공간을 제공하면 주민들의 요구에 맞추거나 학생들의 자율성에 따라 벽화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의 벽화들이지만 각각의 벽화는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그림이었던 것처럼 서로와 잘 어우러져 있다.
99계단 벽화마을의 포인트는 99칸의 계단이다. 계단의 각각 칸마다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99칸의 계단 전체를 하나의 도화지로 삼고 하나의 작품을 그렸다. 가까이 봐서는 모르지만 조금 떨어져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면 99칸의 계단 전체에 ‘나무에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정문섭(남구 이천동 주민센터·주무관) 선생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벽화마을들처럼 이천동의 벽화마을이 아직은 유명하지 않지만 낡은 그림 보수와 99계단 옆 화단 설치, 홈페이지 홍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천동을 알리며, 걷고 싶은 벽화거리를 만들 것입니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대구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벽화들과 그 벽화를 품은 마을들을 둘러보았다. 소개한 벽화마을은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날씨가 풀릴 때쯤 조용하고 소박한 대구의 벽화마을들을 가족, 친구, 연인들과 사진기 하나 메고 여유있게 걸으며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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