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정학은 어떤 학문인가?

‘경찰행정학’은 ‘경찰학’이라는 명칭과 종종 혼용되고 있으며, 이 둘 사이의 학문적 차이점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의 의견이 분분한 것이 현실이다. 경찰학의 기원을 17세기 독일의 관방학으로부터 찾기도 하지만, 사실 경찰행정학 혹은 경찰학은 비교적 신생 학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 학문적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학문적 성격에 대한 학자들 간의 논쟁을 열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경찰과 공공안전 및 치안을 핵심적인 연구 대상으로 하고 사회과학과 법학 분야의 다양한 학문분과들이 결합된 학제적 성격이 강한 학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찰행정학의 역사

경찰행정학의 기원을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현재의 경찰행정학과 독일의 관방학이 그 학문적 성격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점들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경찰행정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미국 경찰의 역사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우선 근대경찰의 출발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대도시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빈곤, 무질서, 민족갈등, 범죄 등의 도시문제들이 대두되자 로버트 필(Robert Peel)경이 의회를 설득해 1829년에 창설한 런던도시경찰이 근대경찰의 시초이다. 런던도시경찰은 경찰활동의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도입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군대의 체계적 조직과 행정의 도입이었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중반에 대두된 초기 근대경찰은 공동체의 자치적 야경 체제의 확장에 불과한 수준이었고, 도시의 정치가들에 종속됨으로써 비효율성과 부패로 얼룩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에 20세기에 들어서 어거스트 볼머(August Vollmer)를 중심으로 경찰의 전문직업화(professionalization)를 기치로 내건 개혁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볼머는 거의 30년 동안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경찰청장을 역임하였고, 대학에 경찰학 과정을 처음으로 개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혁 노력의 핵심적인 아젠다 중에는 조직 관리에 유능한 경찰총수의 등용, 경찰채용 기준의 강화, 근대 행정 및 관리 기법의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경찰 ‘행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볼머의 후계자격인 윌슨(O. W. Wilson)은 1950년에 ‘경찰행정(Police Administration)’이라는 제목의 교과서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이른바 경찰행정학의 바이블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대학교 과정에서 경찰행정학이라는 명칭이 정착하게 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 경찰행정학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대학의 해당 학과에서 개설되는 과목들을 통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우선 ‘경찰인사관리’나 ‘경찰조직관리’와 같은 과목을 통해서 경찰의 조직과 행정에 대해서 배운다. 그리고 구체적인 경찰활동과 관련하여 ‘수사학’, ‘경찰작용론’, ‘정보학’ 등의 과목들이 개설되어있다. 경찰은 국가의 주요한 행정기관이자 법 집행 기관이기 때문에 ‘형법’, ‘형사소송법’, ‘헌법’, ‘행정법’, ‘경찰행정법’과 같은 법학 과목들도 교과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경찰활동의 중요한 측면들 중 하나가 바로 범죄의 예방과 해결이다. 따라서 ‘범죄학’, ‘범죄심리학’, ‘청소년비행론’, ‘교정학’ 등의 과목을 통해서 범죄와 비행의 원인 및 유형 그리고 범죄통제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접한다.

이러한 다양한 학문 분과와 주제들이 경찰행정학의 구체적 내용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과학과 법학으로부터 이론적 자원을 얻고 이를 경찰과 공공안전 및 치안에 대한 실무적 관심에서 적용하려는 시도가 경찰행정학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적 활동의 주된 흐름이라고 하겠다.


● 경찰행정학의 실용성과 비전

경찰행정학은 경찰이라는 특정 직업군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학문분야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경찰행정학은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장차 경찰조직의 고위 관리자로서 익혀야 할 깊이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따라서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는 단계로서 대학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 부분에 가장 충실한 전공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찰행정학과를 전공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경찰공무원으로 진출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검찰사무직, 교정직, 일반 행정직 등 관련 공공기관에 다수 자리 잡고 있다.

사회가 급속하게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공공안전의 문제 역시 갈수록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경찰활동의 의미는 새롭게 파악되고 있으며, 그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고자 경찰조직은 뛰어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조직 내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재 매우 많은 대학생이 경찰공무원을 직업으로서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경찰행정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경찰행정학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